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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들이 씨앗을 뿌리고 가톨릭 신자들이 대대로 물을 주어 이 나라와 세상의 미래를 위한 약속으로서 여러분에게 전해진 신앙이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의 기도로 이 땅에서 활짝 피어나기를 빕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 만나 성직자로서 '기억의 지킴이' '희망의 지킴이'가 되라고 당부했다. 16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식에서 복자품에 오르는 순교자 124인의 정신을 잘 '기억'하고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들이 이를 이어받게 도우라는 얘기다.
원래 오후5시30분에 도착할 예정이던 교황은 15분 정도 늦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건물에 도착했다. 청와대에서의 출발도 늦었지만 인근에 몰려든 주민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화답하느라 지연된 것. 행사장에는 천주교중앙협의회 상주 사제들과 수도자, 수녀, 메리놀외방전교회 사제 등 28명이 기다리고 있었고 교황이 들어서자 모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이날 교황은 이와 더불어 이를 위해 젊은이들과 노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노인들의 기억과 지혜와 경험, 그리고 젊은이들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희망의 지킴이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를 위해 젊은이들의 교육을 특별히 배려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젊은이들의 정신과 마음이 하느님과 그분의 교회에 대한 사랑 안에서 자라나고, 또 좋은 것, 참된 것, 아름다운 것 안에서 자라나서 그들이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되고 정직한 시민이 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날 교황은 주교단에게 그림 '베드로 대성당 무덤의 벽화'를 선물하고 각자에게는 기념 메달과 묵주를 전달하기도 했다.
사제로서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에 물드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사목자들은 기업 사회에서 비롯된 능률적인 운영·기획·조직의 모델들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을 따르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준보다 우선해 취하려 하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러한 온갖 유혹을 물리치십시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함제도 신부는 "이번에 교황이 (남북 분단 때문에) 국민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온 것"이라며 "여러분이 한국에서 평화스럽게 지내기를 기도하고 민족 화해를 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수녀는 "한국 교회가 복음을 따르는, 살아내는 교회로 내적·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해주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서의 '포프카'인 짙은 비둘기색의 쏘울에 탔지만 환호하는 주민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계속 머물다 예정보다 늦은 6시50분에야 떠났다. 역시 '파파 프란치스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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