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샵(#)메일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인전자주소인 샵메일은 기존 앳(@)메일과 달리 본인 및 송수신확인이 보장되는 새로운 전자주소로 온라인 등기우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전자문서와 전자거래 기본법’에 샵메일을 포함하는 한편, 국제표준화하는 등 샵메일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적 환경을 신속하게 마련했다. 또한 수요창출을 위해 내년부터 지식경제부 산하기관의 계약서류를 모두 샵메일로 유통할 예정이다. 혁신적인 기술이 법과 표준의 지원이 없어 사장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반대로 법과 표준의 힘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잡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되는 경우도 우리는 많이 봐왔다. 샵메일과 동일한 목적과 기술 콘셉트로 등장했던 독일의 데메일(De-Mail)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했는데도 활성화에 실패했다. 데메일의 경우 추진 초기부터 개인정보 남용과 단대단 암호화 지원 부재에 따른 해킹위험 등의 논란이 존재했고 등록의 번거로움과 기존 e메일과의 비호환성으로 인한 불편함, 높은 사용요금으로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편 저렴한 비용과 편리성은 기본이고 전자서명 기능을 이용한 본인인증과 기밀성 보장을 위한 암호화 기술 등 강력한 보안을 제공하는 일부 앳메일 서비스의 도전 또한 강력하다. 샵메일이 편리성ㆍ경제성ㆍ보안성에서 이러한 경쟁서비스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샵메일은 국제표준이 아닌 우리만의 표준으로 갈라파고스화될 가능성이 크다. 싸이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법이나 정책적인 지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저작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일부 포기하고 복제와 패러디를 적극 허용함으로써 확산될 수 있었다. 그의 성공비결은 전세계인들의 감수성과 욕구를 정확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과 표준에 기대기보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감정, 편리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읽어내고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하는 안전성과 편리성, 비용이 모두 충족되는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법제화와 표준화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샵메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법과 표준을 통한 강제나 단기적인 정책적 지원보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 샵메일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 샵메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단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공인인증시스템과 연계과정에서의 안전성 강화와 단대단 보안기능 제공과 샵메일 서버보안 강화를 통한 개인정보와 기밀유출위험을 최소화, 기존 메일클라이언트와의 호환성 제공을 통한 사용자 편의성 강화, 이용 비용 현실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샵메일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독일 데메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샵메일과 데메일이 무엇이 다르고 달라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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