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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의 파도 앞에 서자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보드를 가지고 파도타기, 즉 서핑을 즐긴다. 보드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서핑하는 데는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수시로 변화하는 파도를 잘 읽고 항상 파도언덕 앞에 보드를 위치해야 한다. 파도 뒤쪽에 보드가 위치해 있으면 곧바로 파도 속으로 곤두박질하게 된다. 이러한 ‘서핑의 원리’는 산업발전이나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수시로 바뀌는 기술환경 변화라는 ‘파도’를 잘 읽고 이러한 변화를 선취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변화의 뒤에 위치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산업, 후발자엔 기회 과거 산업역사를 보면 기술변화의 선두에 서서 이를 잘 이용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고서도 대응하지 못해 사라지는 기업이 많았다. 특히 이러한 기술변화는 후발자에게 선발자(First Mover)를 추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적응하는 자는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도태하면서 업계가 완전히 재편되는 경우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지 않은가. 기업은 수많은 기술변화 중 어떠한 것이 미래의 주력기술이 될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위험부담 또한 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은 1880년대 목선 대신 철선을 조선산업에 도입해 세계를 제패했다. 그러나 1950년대 철판을 잇는 방식이 리벳에서 용접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용접방식을 받아들인 일본이 세계 조선산업을 석권하게 되고 이를 외면한 영국은 선두자리를 일본에 내주게 된다. 코닥사의 예를 보자.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기존의 핵심 수익사업이었던 필름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자체 판단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캐논 같은 일본기업은 디지털카메라라는 새로운 기술영역을 선취해 막대한 이익을 실현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한 코닥은 이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캐논ㆍ니콘ㆍ소니 등에 밀려 뒤처진 신세가 됐다. ‘잘나가는’ 몇몇 한국산업은 극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이 역시 기술변화 과정에서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도체나 휴대폰의 예를 들어보자. 84년 삼성반도체는 당시 대세였던 5인치 대신 6인치 웨이퍼를 상용라인에 최초로 도입했고 86년에는 트렌치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 스택방식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미래 대용량 생산에 적합한 스택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일본 반도체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또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의 경우 우리나라는 당시 선진국에서 모두 채용하던 아날로그 방식 대신 기술적으로 우수하지만 아직 상용화 가능성이 의심되던 CDMA를 과감하게 채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통신산업 후진국에서 일약 세계적인 휴대폰 통신강국이 됐다. 이 같은 기술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은 근원적으로는 역동성이라는 우리나라 국민성에서 배태된 것이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된 한국만의 독특한 역동성이 있었기에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래형 기술 선점전략 세워야 최근 디지털ㆍ모바일ㆍ유비쿼터스ㆍ바이오 등 기술발전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때일수록 서핑의 원리를 인식해 변화를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새로운 기술변화에서 다른 기업이나 국가보다 미래형 기술을 빠르게 선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의 강점인 역동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가는 캐치업(catch-up) 단계에서 벗어나 기술을 선도하는 리딩(leading) 단계로 진입하는 데 적합한 한국형 발전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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