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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코카콜라의 시련

김영만 <주미 대한상의 명예회장>

코카콜라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더불어 미국 황금기업(crown jewel) 중의 하나이며 세계에 널리 알려진 브랜드 회사다. 지난 81년부터 97년까지 코카콜라 회장을 역임한 로베르토 고이주에타는 잭 웰치 GE 회장와 더불어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경영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혔다. 그런데 이 회사가 근래에 들어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경영지표를 보자. 한때 주당 최고 88달러까지 올랐던 회사의 주가는 97년 고이주에타 회장의 사망 이후 계속 떨어져 50달러대 안팎을 맴돌고 있다. 97년까지 18%를 유지했던 수익성장률은 4%선으로 내려앉았다. 매출액 성장도 2%선에 머물며 총매출 210억달러로 펩시의 270억달러에 뒤지고 있다. 두번째로 경영진의 문제이다. 고이주에타 사망 이후 7년간 최고경영자(CEO)가 3번이나 바뀌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의 브랜드와 명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CEO가 자주 바뀌는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랫동안의 높은 성장과 안정된 이익구조에 익숙한 경영진이 시장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미식가들의 커피인 스타벅스가 시장을 석권하고 각종 스포츠 드링크가 유행하는 시기에 수십년간 생산해온 탄산음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코크의 경영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코크(코카콜라의 애칭)에서 음료 부문이 매출의 100%를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해 경쟁업체인 펩시에서는 음료사업비율이 37%에 불과하다. 펩시콜라는 음료사업에 추가해서 스낵과 식당 체인까지 진출하고 있다. 좋았던 옛날에 얽매어 과거에 어떠했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에서는 경영전략이나 경영스타일이 바뀔 수 없고 새로운 상품개발이나 새로운 개념의 마켓전략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의 번영에 도취한 비능률적인 기업문화가 가장 치유하기 어려운 기업병이라고 하겠다. 다음 문제는 이사회의 구성이다. 코크의 대부분의 이사들이 20여년 전 고이주에타 회장 시기에 취임한 인사들이다. 이들은 변화에 소극적이고 비능률적이면서 경영에는 참견을 많이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7년간 CEO가 3번이나 바뀌게 된 것도 이러한 이사회의 간섭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품 다각화를 위해 음료회사를 인수하려는 CEO와 경영진의 노력을 무산시킨 것도 이사회의 결정이었다. 탄산음료만으로도 충분한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이사회가 현재의 상품에 추가해서 제품을 다각화하려는 경영진의 신규 전략을 일거에 거부한 것이다. 미국 금융가의 대부인 워렌 버핏 등 대부분이 고령의 거물급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고이주에타 회장은 쿠바에서 태어나 59년에 카스트로가 집권하자 다음해 미국으로 망명해 코카콜라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CEO에까지 이르렀다. 명문 예일대학 출신의 신화적인 경영자인 그는 생존시에 매일매일 변화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코크의 성장은 그의 재임 17년 동안 꾸준히 지속됐다. 그러나 그의 사후, 번영과 안정 속에 안주하며 큰 변화 없는 경영에 익숙해진 후예 경영자들은 도전과 역경에 따른 변화를 싫어하는 안일에 빠졌고 급기야 회사의 장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회사 경영이 오랫동안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하게 되면 저항력이 없어져 경영위기 극복능력이 약화되며 순탄할 때 어려움에 대한 준비가 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큰 어려움 없이 오랫동안 성장과 더불어 안정을 이루게 되면 회사든, 사회조직이든, 개인이든간에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극복할 저력이 모자라게 된다. 어려움은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면서 참고 이겨내는 어려움을 체험하며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가운데 성장을 이뤄낼 때 개인이나 조직 모두 강인한 체질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름다운 금수강산일 수 있는 것은 햇빛 비치는 맑은 날과 비바람 불고 눈비가 오는 궂은 날이 번갈아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해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국토도 순식간에 고비사막과 같이 거칠게 될 수 있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길흉회린(吉凶悔吝)’의 구절을 되새기며 선현이 가르쳐준 천리의 말씀을 새롭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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