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미국 의회 슈퍼위원회가 재정적자 감축에 대해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동요가 우려되고 있다. 유로존 채무위기로 시장에 대한 확신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미국의 재정적자 및 신용등급 강등 문제 등이 부각되면 시장의 충격은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제신용평가사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 8월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ㆍ피치가 재정적자 문제를 들어 신용등급 강등에 동참하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일례로 많은 연기금이나 펀드는 'AAA' 등급 채권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무디스나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경우 미 국채의 대량 매각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려놓고 있는 무디스는 이달 초 "슈퍼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면 (신용등급 결정에) 상당히 참고할 만한 것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합의 실패를 즉각적으로 신용등급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합의 실패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무디스의 미국신용등급 담당 애널리스트 스티븐 하스는 지난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결정을 미루는 태도는 미 의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올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이 당장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견해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퀸시 코스비 프루덴셜파이낸스 애널리스트는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는) 정치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적어도 부분합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채무한도 상향을 둘러싼 의회의 대립으로 8월5일 S&P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뉴욕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5일 동안 6.3% 떨어졌다. 7~8월 2개월간의 하락률은 11%에 달한다. 장기적으로는 미 달러화에 대한 약세를 부추겨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나 상품시장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더블 딥' 우려가 한창 제기되던 8월에 비해 한결 나아졌다는 점에서 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에 따른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마크 도스 월스파고 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는"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8월 국가채무한도 상향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일어났던 급격한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01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하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시장을 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 문제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유로존의 채무위기와 달리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도 시장의 반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재정적자 감축 합의 실패에 따른 자동적인 예산삭감은 2103년 실시된다. 폴 애쉬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에 따른 시장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10년간 장기 재정적자 삭감을 둘러싼 다툼은 유로존의 무질서한 붕괴 움직임에 비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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