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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사상 최악 손실… 글로벌 위상 추락

스마트기기 대처못해 타격… 아시아권 저가 공세도 영향<br>3분기 순손실 10조원 달해 고마진 기업용 SW로 활로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HP)가 사상최악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등 전통PC 대신 스마트폰ㆍ태블릿PC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HPㆍ델 등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던 전통PC시장에서도 레노보ㆍ에이서 등 아시아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HP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올해 3ㆍ4분기(5~7월) 실적은 HP가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기간 HP는 순손실이 89억달러(약 10조원), 주당 4.49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분기별 사상최악의 실적이다.

매출액이 감소한데다 지난 2008년 139억달러에 인수한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스(EDS)의 대규모 대손상각(80억달러) 처리, 인력 구조조정 비용 등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HP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8% 감소한 297억달러로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한 301억달러를 하회했다. 노트북 판매량은 12% 떨어졌고 프린터도 23%나 덜 팔렸다. 앞서 21일 2013회계연도 2ㆍ4분기(5~7월) 실적을 제시한 델 역시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8%,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HP와 델의 실적악화는 예상돼왔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PC 수요가 줄어든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가 급증하며 PC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리서치 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생산량은 4억8,770만대에 달해 사상처음으로 PC 생산량(4억1,460만대)을 추월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웹서비스 담당 부사장인 앙투안 르블롱은 "내년 태블릿PC 판매량이 데스크톱PC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IT 시장조사 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PC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HP는 올해 글로벌 PC 수요가 전년 대비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연간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10월 결산법인인 HP는 2012회계연도에 일회성 경비를 제외하고 주당 4.05~4.07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5월에 추정한 전망치 4.05~4.10달러에 비해 상단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저가PC를 앞세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중국 레노보, 대만의 에이서와 아수스 등 아시아 PC업체들도 HP와 델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한때 전세계 PC시장의 5분의1 이상을 차지했던 HP의 시장점유율(판매량 기준)은 올 2ㆍ4분기(4~6월) 현재 14.9%까지 떨어졌다. 아직 1위지만 14.7%를 차지한 레노보에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상태다. 델은 10.7%의 점유율로 에이서(11.0%)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PC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HP와 델은 고마진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비중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버코어파트너스 애널리스트인 롭 사이라는 "HP와 델은 수년 전 PC사업을 매각하고 고마진의 소프트웨어 및 컨설팅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IBM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HP의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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