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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5월 2일] 수출 전략상품 '전력'

교양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를 보면 기업의 생존법칙과 관련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현실적응이 빠르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법칙 말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건기가 도래하면 수천수만마리의 누 떼가 긴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케냐의 세렝게티 평원을 오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종족보존과 먹거리(풀)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1,600㎞가 넘는 거리를 가로지른다. 이와 같은 적자생존의 법칙은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020년 한국의 전력수요 증가율은 1% 미만으로 사실상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력산업이 지금부터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현상유지조차 힘들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과거 전력산업이 고성장 경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설비 확충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저성장 경제 구조와 저소비 에너지산업 구조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누 떼가 먹거리를 위해 목숨을 담보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바로 전력 수출이다. 북한을 거쳐 중국 등에 전기를 직접 수출하는 방법은 시장 확대에 매우 효과적이나 정치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그 대신에 전력 수출의 새로운 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패키지 딜(package deal)’ 형태의 사업이다. 이 사업은 발전소와 같은 전력 플랜트를 건설해주거나 우리가 직접 참여해 전력을 공급해주고 그 대가로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개발권을 받는 방식이다.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자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때 패키지 딜 사업은 우리나라 자원개발 전략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ㆍ남미 등 대부분의 자원보유국들은 전력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실정으로 이들 지역에서의 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 일례로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컨소시엄이 세계적인 석유메이저와 전력회사들을 물리치고 나이지리아에서 20억배럴 규모의 심해광구 개발권을 따낸 것은 2,250㎷급 발전소 건설이라는 전력인프라 제공이 주효했다. 또한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 측면에서 전력 수출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발전소 건설 등 플랜트 수출에는 전력기자재ㆍ건설ㆍ기계장비ㆍ엔지니어링ㆍ금융 등 연관효과가 94%로 일반 제조업 57%, 서비스업 39%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 첫 전력플랜트 수출인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공사 진출 당시 국내 82개의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가 동반 진출해 2억달러가 넘는 수출효과를 거뒀다. 여기에 단순히 발전플랜트를 건설해 인계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독립사업자(IPPㆍIndependent Power Producer)로서 준공 후 평균 30년여간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며 전력을 판매해 장기적인 수입까지 확보할 수도 있다. 필리핀 사업이 바로 그것이며 지금까지 10년여간 누적 운영수입이 1조원을 넘어섰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국내 수요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외 수출이다. 한전은 전력 수출 분야도 화력발전소 외에 원자력과 수력 등으로 다양화하고 송배전 운영기술과 전력 정보기술(IT) 등 사업다각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송배전 손실률과 호당 정전시간에서 수년간 마의 벽이라고 여겼던 4%와 18분대를 깨고 지난해 3.99%와 17.2분을 각각 기록했다. 세계적인 전력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전략적 수출산업으로서 전력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리나라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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