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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본 100년전 유럽 풍경

■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세계1차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연도인 1913년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문화적 사건들, 성취들로 가득한 해였다.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3대 고전으로 꼽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탄생했다. 미술에서는 현대 회화의 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셀 뒤샹의 기성품 예술 '자전거 바퀴'가 파리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이 모스크바에서 각각 첫 선을 보였다. 음악에서는 무조 음악의 창시자 쇤베르크가 전위적인 음악회 덕분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따귀를 맞았으며, 파리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됐다.

독일 태생의 저자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월별로 나눠 그려나간다. 날씨로만 보면 그 해 여름은 끔찍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8월 평균 기온은 16도였는데,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추운 여름이었다.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1913년 유럽의 예술은 일찌감치 전통과 단절을 선언했으며 새로운 변화를 거세게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제국주의는 정점에 치닫고, 민족주의는 점점 확산됐으며, 발칸전쟁을 비롯한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기술 발전은 속도를 더해가고, 도시는 자기소외와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득실거렸다.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모더니즘(근대성)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의 기존 전통 개념을 뒤엎어버리고 참신한 파격을 선사한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아르놀트 쇤베르크, 구스타프 클림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등 현대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사에서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다. 저자는 1913년 당시 이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해 치밀하고 정교하게 복원한다. 그는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산문 등 수많은 인물들의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재구성해 1913년 유럽 한 해의 풍경을 드라마처럼 되살려냈다. 책의 백미는 동시대 인물을 1913년이라는 하나의 무대 위에 올려 놓는 우연성의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 아카데미 입학을 거부당하고 싸구려 수채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히틀러와 손님방에 틀어박혀 민족 문제를 연구하던 스탈린이 빈의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하다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프란츠 카프카와 제임스 조이스가 트리에스테의 한 카페에 잠시 앉아 커피를 마셨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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