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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박 화합 '동거내각' 시험대에

유정복 농식품 "구제역 해결한 뒤 물러나겠다"<br>친박계 불만 조짐속 靑 사퇴 수리에 부정적

한나라당 내 계파화합의 상징으로 꼽혀온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동거내각'이 시험대에 섰다. 친박계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8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친박계 인사로는 유 장관이 유일한 현 내각의 계파화합이 위기를 맞았다. 유 장관이 공식적으로 물러날 경우 후임 자리가 친박계 몫으로 채워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박계 의원들을 잇따라 내각에 포진시켜 당내 비주류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현 내각에서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장관직을 수행하는 정치인 출신 각료 4명 가운데 유 장관이 친박계의 대표성을 띠게 됐다. 나머지 3명은 주류 친이계인 이재오 특임장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유 장관은 지난해 8ㆍ8개각 때 입각했다. 당시 지난 2009년 9월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된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이재훈 후보자에게 장관직을 넘겨주고 최 의원을 대신해 유 장관이 친박계 몫 장관직의 바통을 이어받는 쪽으로 개각인선이 이뤄졌다. 유 장관의 사퇴 표명에는 무엇보다 친이계의 책임론 제기가 배경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제 더 이상 '친이계발(發) 사퇴론'은 나오지 않겠지만 이번에는 친박계의 불만이 불거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합형 내각을 통해 친박계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청와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여권 주류는 구제역 파동이 거세진 후 줄곧 유 장관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23일 당청회동에서는 이 대통령이 초기에 백신으로 대응하려던 것을 정부 반대로 살처분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고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해명하는 소동을 빚었다. 한나라당은 더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 장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27일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 인사들은 유 장관을 향해 구제역 파동 초동대처 미흡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 자리에 있던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면 유 장관의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만 전해지면서 "자리에 연연한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사태가 커지자 유 장관이 고위당정청회의 다음날 조건부 사의를 표명했다. 더 이상의 뒷말을 거부한 것이다. 유 장관 측은 친이계에 밀려 사퇴하기보다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 장관 측 관계자는 이날 "애초부터 사태수습 후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국회 상임위 등에서 밝혀왔다"면서 "(한나라) 당에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이런저런 소리가 많이 나오면서 장관이 떠밀리듯 사퇴하기 전에 스스로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 장관은 거취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은 오로지 사태해결에 모든 생각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며 책임론 등 정치적 논란이 이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인천항만에서 구제역 검역점검에 나서는 등 평소 일정을 소화했다. 유 장관 측 관계자는 "축산단체 가운데는 유 장관의 사퇴를 원치 않는 쪽이 많다"면서 "누가 있어도 막을 수 없던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이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통할하는 행정안전부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국회 농수산식품위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유 장관은 취임 3개월 만에 구제역 파동을 책임져야 했다"면서 "맹형규 행안부 장관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친이계가 친박계 장관에게는 책임을 묻고 친이계 장관은 감싼다는 시선도 있다. 특히 청와대는 유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일단 사퇴 수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집권 후반기 당에 계파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친이계의 한 의원은 "초동대처를 잘못했고 이는 농식품부 소관"이라면서 "맹 장관이 사태를 지휘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사태가 전국적으로 퍼진 뒤여서 초동대처 책임론을 묻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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