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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세계 답지 못한 여주 아울렛

요즘 신세계만큼 잘나가는 회사도 드물다. 월마트코리아 인수로 백화점+할인점 매출이 20여년 만에 롯데를 앞섰고 주가는 최고치인 60만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마저 제쳤다. 증여세 수천억원을 납부해 모범기업의 표상이 됐고, 명품관과 죽전점 오픈은 신세계답게 완벽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합작한 스타벅스는 200호점을 돌파했고, 중국 이마트는 10호점을 향해 순항 중이다. 주가 100만원을 자신있게 외친 정용진 부회장의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걸까. 이달 초 여주에 오픈한 신세계첼시 프리미엄 아울렛 면면은 그간의 신세계 모습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혼잡한 교통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개점한 지 얼마 안돼 살 만한 물건은 바닥나고 ‘쇼풍’(쇼핑+소풍)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쉴 곳이나 아이들 놀이터, 심지어 식수대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가격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비싼 편이고 그 넓은 곳에 식당은 고작 10여곳뿐이니 연일 고객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아닐까. 그러나 정말 신세계답지 못한 것은 비판을 회피하려는 자세다. 물량 소진에 대해 신세계첼시 측은 “브랜드마다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임대업 특성상 재고가 소진되면 더 이상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뾰족한 수가 없음을 내비쳤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주말에 고객이 몇만명씩 몰려 생긴 것으로 예상보다 많이 오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신세계첼시는 별 책임이 없고 수요 예측을 못한 브랜드측과 한꺼번에 몰린 고객에게 문제가 있다는 투였다. 쉴 곳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역시 고객이 몰린 탓이며 야외 매장에 실내 백화점만큼의 편의성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식당 부족은 백화점이 주말에 차가 막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여주 아울렛은 미국이나 일본 매장보다 조경에 더 투자했지만 소비자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객의 사랑을 먹고 사는 신세계가 내 탓이 아닌 네 탓, 즉 고객 탓이라는 변명은 신세계답지 못하다. 자신감이 넘쳐서였는지, 혹 자만심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무에서 떨어진 건 한번만으로 족하다.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 신세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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