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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호주 총리의 눈물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가 지난 8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두 달 동안 호주를 만신창이로 만든 재난의 피해 규모와 복구 대책 등에 대해 연설하기 위해서였다. 홍수에 내륙 쓰나미, 사이클론, 산불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초대형 자연재해로 호주는 10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광업ㆍ농업ㆍ축산업ㆍ관광업 등 호주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만채의 가옥이 파괴됐다. 호주에 연타를 가한 자연 재난의 참상을 언급하던 중 길러드 총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총리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다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의외였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어 호주판 '철의 여인'또는 '여장부'로 불리는 총리였다. 지난 두 달 동안 계속된 피해 상황을 보고받으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아 '목석 같은 여인'이라 불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100년 만의 최악이라는 자연 참사가 낳은 인적ㆍ물적 피해 앞에서 더 이상의 감정 절제는 불가능했던 듯싶다. 길러드 총리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에 의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고 의회장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호주 언론들은 총리의 눈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나라에서 정치인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로 치부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길러드 총리가 그 동안 사태 수습을 위해 국민들 앞에서 냉정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써왔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많은 나라에서 정치인들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재난이나 대형 사고를 언급하던 정치인이 울먹거리는 모습은 이제 국민들에게 익숙한 장면이 됐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울먹거리다가 미리 준비해놓은 손수건이나 티슈를 꺼내 눈물샘을 찍어낼 때는 보는 입장에서 참 당황스럽다. 더욱 난감한 경우는 국민들에게 공감을 요구(?)하는 듯한 눈물이다. 무슨 한이 그리 쌓였는지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흘린다. 마치 관객을 대하는 스크린 속 배우처럼 말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정치인의 눈물이 아니라 행동이다. 충분한 감정 표현이 건강에 좋다고는 하나 본인 건강을 위해 정치를 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위정자로서 그들에게 주어진 일을 냉철하게 완수하는 게 먼저다. 눈물은 그 다음에 흘려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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