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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살리기 위해 무차별 폭격(기준금리 인하)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이번에는 정밀 타격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사상 최대폭으로 증액하고 적용금리도 내렸다. 심장(정부·한국은행)에서 뿜어낸 혈액(돈)이 손끝·발끝(중소기업)까지 제대로 닿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26일 한국은행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다음달 1일부터 현행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한도가 한 번에 5조원이나 증액된 것은 1994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이다. 적용금리도 0.25%포인트 낮춰 중소기업이 보다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게 했다. 불과 열흘 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75%로 낮춘 한은은 통화정책의 큰 물줄기를 '경기부양'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부와 한은이 열심히 돈을 풀어댔지만 정작 중소기업을 비롯한 실물경제에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대출 프로그램에 몰려 서버가 다운된 게 단적인 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전체적으로 유동성 사정이 양호한데도 중소기업은 신용 경계감 때문에 자금 사정에 애로가 있었다"며 "금리인하 등 그동안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물 부문으로 원활히 이어지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부적으로는 기업투자를 돕는 데 이번 조치의 방점이 찍혔다.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 한도를 3조원에서 7조원으로 대폭(4조원) 늘렸다. 이 중 2조원은 중소기업에 지원하며 중견기업에도 나머지 2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에 중견기업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한은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산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을 새롭게 지원함으로써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기술력은 있지만 신용이 낮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기업을 위해 기술형 창업 프로그램 한도도 5조원으로 2조원 증액했다.
한은은 이와 동시에 적용금리도 인하했다. 현재 1%인 설비투자, 무역금융, 지방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다.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보다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이외에 이용실적이 저조했던 신용대출프로그램(1조원)은 폐지되며 나머지 3개 프로그램은 현행 한도를 유지한다.
윤 부총재보는 "3차례 기준금리 인하 및 중기 지원대출 한도 확대로 통화정책이 성장세 회복 등을 뒷받침하는 효과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보다 집중할 수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화되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은 11조9,081억원으로 기존 한도를 3조원가량 남겨뒀다. 이는 1년 전보다 36%(3조1,728억원) 불어난 것이다. 설비투자, 기술형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대출이 빠르게 불었다.
한편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현 경제상황을 점검하는 '거시금융안정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관련 이슈가 논의됐다. 한은은 1년에 4번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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