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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제3의 물결과 재택근무

김종갑<특허청장>

앨빈 토플러가 말하는 ‘제2의 물결’은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비롯됐다. 기계가 발명돼 대량생산이 이뤄지고 대량소비ㆍ대중매체ㆍ대중교육 등이 잇따랐다. 제2의 물결은 가족 관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아침이면 가족 구성원들은 공장이나 사무실ㆍ학교로 가기에 바빴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며 가족간의 대화도 줄어들었다. 대화 부족이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가정해체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토플러는 ‘제3의 물결’로 이름 붙인 미래문명의 등장을 예고했다. 제3의 물결 사회에서는 수많은 일자리를 공장이나 사무실로부터 떼어내 가정으로 되돌려보낼 것이라고 한다. 바로 재택근무(teleworking)의 등장이다. 재택근무는 미국ㆍ유럽 등에서 보편적인 근무형태의 하나로 정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6년부터 재택근무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에 보급해오고 있다. 미국 특허청도 97년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현재 상표심사관의 28%인 110명과 특허심사관의 20%인 665명이 재택근무 중이다. 미국 특허청은 재택근무로 생산성 증대, 우수한 심사인력 유치, 직장에 대한 만족도 향상 등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특허청에도 제3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특허청은 정부부처 가운데 최초로 내년 3월부터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오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특허청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재택근무의 효과는 우리 특허청이 크도록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는 특허정보시스템이 있다. 오프라인에 주로 의존하는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 특허청은 온라인 재택근무를 추진 중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조직문화의 경직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사무실 근무를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택근무제도 시행시 일부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의 물결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시대적인 조류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의 호응도도 높다. 특허청은 재택근무제도의 도입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일하는 방식이 혁신되고 가정에 대화의 꽃이 만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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