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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채무자 대리인제

민병두 민주당 의원

심태섭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채무자 대리인제 도입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불법 채권추심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야권 주도로 관련법이 발의돼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권을 비롯해 은행권ㆍ신용정보업계 등의 반대로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제도도입 찬성 측은 채무 불이행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반대 측은 대리인 제도가 도입되면 채권자 권리침해와 함께 빚을 갚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도 부추길 수 있어 추심제정비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민병두 민주당 의원
과잉대출·불법 추심 막기 위해 필요
자격요건 두면 제도남용 차단 가능


총선과 대선이 있던 지난해 두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변영주 감독의 '화차(火車)'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였다. 두 편의 영화는 공통적으로 가계부채와 채권추심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가계부채 규모는 약 1,00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부채가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의 비율은 220.6%다. 그리고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의 경우 그 비율이 무려 902.4%에 달한다. 2분위 역시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무려 313.6%에 달한다.

가처분소득 수준을 상회하는 가계부채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대책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 가계부채 원인은 크게 보면 공급 측 요인(금융기관)과 수요 측 원인(대출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 측 요인의 핵심은 금융기관의 약탈적인 과잉대출 유혹이다. 수요 측 요인의 핵심은 실제로 소득이 없다는 것이다. 채권자(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상환능력과 무관하게 대출을 남발해도 결국은 상환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출-추심-파산 등에 관한 한국의 법제도가 과도하게 채권자 우위 구조로 돼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

즉, 은행들의 약탈적 과잉대출과 대부업자들의 약탈적 채권추심은 가계부채의 시작 국면과 마무리 국면을 의미한다. 이들 양자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양상은 채권추심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채권추심의 국면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가계부채 발생의 가장 큰 비중은 은행인데 은행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 스스로 1차적인 회수 노력을 한다. 그 다음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상환 받지 못한 돈(부실채권)은 은행들 산하 자회사인 신용정보회사와 자산관리회사로 넘어가게 된다. 3단계로 이렇게도 상환 받지 못한 돈은 다시 대부업 시장으로 양수양도가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에서 대부업 시장 중에서도 미등록 대부업 업체들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불법적 채권추심이 가장 극심하게 이뤄지게 된다.

가계부채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불법적 채권추심을 막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권자 우위의 법제도를 채권자-채무자의 수평적인 법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모든 부실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쌍방 책임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만큼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도 지적될 필요가 있다. 애초부터 법망 바깥에서 발생하는 불법적 채권추심을 막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대리인 제도가 필요하다. 만일 제도의 남용이 우려된다면 대리인 자격에 대한 일정요건과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점검 장치를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수평적인 방향으로 법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가계부채의 확산도 약탈적 과잉대출도 불법적 채권추심도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최소한의 인간성을 보장하고 쌍방 책임을 묻기 위한 최소한의 첫 출발이다.

● 반대 심태섭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채권회수 힘들어 재산권 침해 우려
변제 노력보다 회피 수단으로 악용


최근 논의되고 있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채무자가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채권자(채권회수를 위임 받은 자도 포함)는 채무자와 접촉을 할 수 없고 대리인을 통해서만 채권추심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과도한 빚 독촉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특히 서민들의 기본생활은 보호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권리는 이와 관련된 의무를 이행했을 때 보호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검토 중인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권리와 의무의 불균형이 우려된다.



첫째, 채권자의 권리가 크게 제한된다.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대리인에게는 채무변제와 관련된 아무런 책임이 부과돼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채권자가 채무인과 접촉이 금지된다면 채권회수가 거의 불가능해져서 채권자의 재산권이 심대히 침해 받게 될 것이다.

둘째, 채무변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리인을 선임해 채무변제 독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다수의 채무자는 대리인을 선임할 것이다.

이 경우 이들의 채무변제 노력은 약화될 것이고 채무자에게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다수의 채무자에게 채무변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서민금융질서가 왜곡되고 금융소비자 불편이 가중된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도입돼 채권회수가 어려워지면 금융회사는 신용보다는 담보 위주의 대출을 시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신용사회 기반을 허물게 되고 선량한 서민들의 금융불편을 증대시킬 것이다.

또한 금융회사는 부실채권 회수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매각을 확대할 것이고 수차례의 전매 과정에서 적지 않은 채권은 소규모 대부업자 또는 불법 채권추심업자들에게 매각돼 채권추심행위가 더욱 강력하게 되고 제도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채무자 대리인제도가 외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임을 들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외국의 채권추심 제도는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는 부실채권 상당수를 채권추심회사에 매각을 하고 있다. 자연히 이들 채권은 그 회수 과정에서 경매나 압류의뢰 등의 법적조치는 물론 매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적 전문성이 부족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리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채권추심회사들은 금융회사로부터 위탁 받은 채권만을 회수하도록 돼 있고 법적인 조치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채권추심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는 차이점을 인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금융환경하에서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리인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불법 채권추심행위 근절을 위해 우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설립이 자유롭고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 부실채권 매매에 제약이 없는 소규모 대부업체에 대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부득이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려 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계적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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