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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8,000만원의 무게
입력2011-04-06 16:13:08
수정
2011.04.06 16:13:08
사회부 이수민기자 noenemy@sed.co.kr
“현대차 직원들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이랍디다. 그 큰 기업에서 한 사람 자리도 못 내줍니까?”
6일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은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되면 기업 부담이 늘지 않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듯 현대자동차의 연봉을 언급했다. 준법 경영을 위해서는 전체 상장사에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 둬야 하며 이는 기업 살림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발언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어떤 기업인가.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94조 6,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재계 순위 2위(그룹기준)의 대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상황을 전체 상장사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한 참 잘못됐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외국 바이어와 계약하면서 법률 검토를 받고 싶어도 직원 줄 월급이 빠듯해 법무팀은 꿈도 못 꾼다”는 수많은 중소 상장사와 벤처사업가들은 ‘기업’ 분류에서 빠졌다는 사실에 땅을 치고 억울해할 지도 모른다.
또 신 회장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는 현대자동차에서 적어도 십 수년은 일해야 8,000만원이라는 돈이 통장에 찍힌다는 것.‘평균’이라는 말에 묻히긴 했지만 이는 곧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야근과 회식, 각종 회의에 시달리며 버티고 버텨 남은 분들이 피와 땀의 대가로 받는 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준법지원인은 어떤가. 3중의 내부 통제,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잇따를 정도로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또한 법률서비스의 특성상 준법지원인이 활약한다 하더라도 회계 처리가 어려워 기업 매출에 기여하기도 어렵다.
물론 변호사 단체들의 주장대로 법률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이들이 기업에 상주하면서 법과 기업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도 있을 거라 본다. 지금껏 기업 오너들의 배임과 횡령으로 피해를 본 주주들이야 투명하고 깨끗한 경영을 반길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폄하된 8,000만원 앞에서 법률을 다루는 그들의 돈이 우리네와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아울러‘여유 있는 기업들이 변호사를 받아달라’는 속내가 윤리경영이라는 도입 목적 아래 감춰진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사외이사나 감사제도로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있는 현재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기존의 것을 먼저 뜯어고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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