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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 → '자 살자'로 만드는 뮤지컬… 누군가 치유 받을 수 있다면 행복"

'메리골드' 무대 올린 김도태 극단 '비유' 대표

5명 죽으려고 모였지만 서로 속마음 털어놓으며 생명의 소중함 깨닫는 이야기

공연보고 마음바꾼 관객 고마워… 학교 순회공연 등 계속할 것


# 뚱뚱한 민아에겐 한없이 다정한 남자친구가 있다. "너뿐이야"를 외치던 그는 어느 날 바람처럼 사라진다. 민아의 돈과 함께.

# 전교 1등 보영이는 개그우먼이 되는 게 꿈이다. 그런데 엄마는 "나처럼 살지 말라"며 보영이에게 공부만 강요한다. 보영에게 엄마가 건네는 건 격려와 보약이 아닌 압박과 각성제다.

민아와 보영, 그리고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총 5명의 자살 결심자들이 한 펜션에 모인다. 죽기 전 속마음을 털어놓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죽기 위해 만난 사람들, 이들은 과연 서로의 마지막을 함께하게 될까.

극단 비유의 자살예방 뮤지컬 '메리골드'의 줄거리다. "누구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지만 우리의 노래로 누군가가 치유를 받는다면 행복한 일이죠."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LIFE)'의 이야기 콘서트장.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인 김도태(사진) 극단 비유 대표는 "우리 공연은 '자살자'들을 '자 살자'로 만드는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랑 이야기를 비유를 통해 전달한다', '진정한 너(Be You)를 알게한다'는 의미의 극단명처럼 비유는 지난 10년간 헌신적인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 같은 주제를 연극,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진행한 전국 중고등학교에 순회 공연에서 잊지 못할 관객을 접했다. 모 고등학교 강당에서 리허설 준비를 하는데 한 여학생이 들어왔다. "리허설중이니 나중에 오라"는 스탭의 요청에 무표정한 소녀가 말했다. "전 왕따에요. 점심시간에 늘 이 자리에 와 있어요. 그냥 여기 있게 해주세요." 리허설과 본 공연을 감상한 소녀는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 뒤 김 대표에게 달려와 "나쁜 마음을 먹었었는데, 공연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눈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에도 여러번 극단 공연을 찾아온 소녀는 지금까지도 극단 식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리골드는 어른들이 꼭 봐야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을 둘러싼 선생님과 부모님도 마음이 동(動)해야 의미있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 초 대관 부담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순회공연용 뮤지컬 '4번출구(자 살자)'를 극장용 뮤지컬 메리골드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던 이유다. 극장 공연은 끝났지만 비유는 앞으로도 꾸준히 학교 순회공연이나 이번 라이프 콘서트 같은 무대에 오르며 재능기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미 연극으로 선보인 바 있는 설리반 선생의 사랑 이야기 '유츄프라카치아'를 뮤지컬로 바꿔 공연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다른 상업 뮤지컬들과는 조금 노선이 다르다보니 극단 운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오죽하면 "최저 생계비를 단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김 대표의 1차 목표이겠는가. 김 대표도 사진작가 일을 겸하며 무보수로 극단일을 하고 있다.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배우와 스탭들이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무대에 서는 것은 이 일이 좋아서, 본인들의 노래에 마음을 고쳐먹은 사람들에 고마워서다.

메리골드는 프랑스 금잔화, 홍황초 등으로도 불리는 꽃이름이다.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자살'이란 주제로 역설적이게도 '살자'를 이야기하는 극단 비유의 노래와 김 대표의 웃음 속엔 반드시 올 그 행복이 움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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