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와 자동차업계 등 제조업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최악의 '춘투(春鬪)'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이 한꺼번에 몰린데다 경영계가 생산직근로자에게도 사실상의 연봉제를 요구하는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안까지 마련하고 있어 올해 제조업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통상임금 문제=경영계가 마련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안은 개인의 성과와 무관한 상여를 폐지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일부 상여의 경우 성과와 무관하게 집단적으로 주되 그 비율을 낮추고 근로자가 특정 연령 이상이 되면 집단적 상여를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다. 호봉제와 연봉제를 섞은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준비하고 있는 개편안은 모든 상여를 성과에 연동하는 내용이다. 사무직뿐만 아니라 생산직도 100% 연봉제를 요구하라고 회원사에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경영계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맞선 노조의 움직임도 강경하다.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조선3사 노조는 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의 공동요구안을 마련했다. 이 요구안의 제일 첫 줄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상여금과 비슷한 개념인 전환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고 LG전자 등 LG 계열사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조선과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초과근로가 많은 업종은 상황이 다르다. 통상임금을 어디까지 적용하느냐에 따라 사측의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노사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여금은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해 통상임금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한 상태이고 윤여철 현대·기아차 노무총괄 부회장은 "법대로 하겠다"며 싸움을 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도 갈등=올해 춘투에서는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지난해 4월 국회가 오는 2016년부터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여야는 정년을 늘리는 내용은 법안에 담았으나 임금피크제 등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강제조항은 명시하지 않았다.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시행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노사 양측의 시각차가 크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노사 이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이달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단계적으로 52시간까지 줄어들게 된다. 현재 여야는 52시간 외에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 한도 설정 여부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추가 한도 설정 여부와 무관하게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휴일근로가 하루 8시간을 넘었을 때만 해당 근무시간의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통상임금의 50%씩 중복지급했고 8시간 이하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했다.
만약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기업은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시간에 상관없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경총은 휴일·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할증할 경우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상임금이든, 정년이든, 근로시간 단축이든 사업장마다 노사 협의를 진행해 부담을 최소화하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늘려가자는 게 희망사항"이라면서도 "그러나 협상이 잘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노동계가 올해 대형 이슈를 다루며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성과를 낼 방침이어서 노사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써부터 시작됐다"면서 "춘투에서 시작해 현대차 노사 협상이 끝나는 추석께까지 노사 문제가 산업계를 짓누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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