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적이지도, 그렇다고 한국적이지도 못한 정체성 혼란의 공간. 미국식인 자녀들과 그렇지 못한 부모 세대 간의 갈등과 우려가 혼재된 공간. 제목 그대로 카메라에 쉽게 잡히지 않는 오늘의 '한인타운'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1990년 도미한 저자는 현재 이민자들을 위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미국 내 다양한 비영리 조직 및 한인단체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Letter to Brother K'라는 부제처럼 편지 형식을 빌려 쉬운 말로'진짜'이민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가 발견한 이민사회의 두드러진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이민자 대부분이 전직, 즉 한국에서의 직업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한인 1세들이 주로 하는 일은 세탁소, 동전빨래방, 주류소매점, 네일 숍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당한 수준의 영어가 필수적인 전문직종에 진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한번쯤은 귀동냥으로 들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저자는 이민자들이 정착하게 되는 직업은 바로 그들이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딜 때 마중을 나온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보다도 더 어리둥절해하고 더 불안해하는 초보 이민자들에게 그 사람들의 말은 곧 진리이며 생명과도 같은 상황. 저자는"미국에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직업이나 일은 맨 처음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누구냐에 달려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바로 이런 실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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