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전적 2승5패. 최철한이 그 동안 구리를 상대로 쌓은 전적이다. 최철한으로서는 참으로 부끄럽고 약오르는 전적이다. 그 내용들은 모두가 화끈한 난투의 연속이었다. 상대방의 의도를 철저히 무시하는 손빼기작전이 난무했다. 그런데 2승5패라니. 아무래도 작전에 문제가 있었던 듯하다. 오늘은 최철한이 싸움을 되도록 삼가는 인상이다. 언젠가는 싸우겠지만 입지조건이 유리해지는 상황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릴 태세로 보인다. 백22로 두텁게 잇고서 때를 기다린다. 흑23 이하 31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 모처럼 선수를 잡은 최철한은 또 백32로 두텁게 꼬부린다. 다소 발은 느리지만 참고 또 참는다. 백38로 걸치는 수순이 최철한에게 돌아왔다. “백이 포석에서 성공한 인상입니다.” 목진석9단이 백38을 보자 말한다. 흑의 응수가 난처하다는 설명이다. 상식적으로 둔다면 참고도1의 흑1,3인데 그것은 백4가 절호점이 되므로 백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목진석의 표현) 그림이다. 달리 둔다면 참고도2의 협공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백이 2에서 6으로 기세좋게 덮어씌우면 우변의 흑 2점이 고단하게 된다. 우하귀 방면에 쌓아둔 백의 두터움이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리가 어떤 기발한 응수를 할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목진석이 이렇게 말했는데….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