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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월25일] 한성전기회사


1898년 1월26일, 한성전기가 설립 인가를 받았다. 청원서 제출 8일 만이다. 초단기 인가의 배경은 고종 황제. 설립자본금(일화 30만원)을 모두 고종이 댔다. 한성전기의 첫걸음은 가벼웠다. 남대문~홍릉간 전차노선 부설공사도 착공 2개월 만에 끝냈다. 문제는 운영자금과 기술이 부족했다는 점. 미국 기업가 콜브란에게 부설과 운영을 맡긴 것도 이 때문이다. 콜브란은 한국이 상거래와 국제법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 불평등 계약서를 꾸몄다. 적자를 정부가 메워주지 못하면 회사자산을 가져간다는 내용도 집어넣었다. 갖가지 수법으로 배도 채웠다. 계약보다 두배 이상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공사비용을 부풀렸다. 동대문 기계창에서 한국 최초로 영화를 상영해 하루 100원씩의 부수입도 올렸다. 기고만장한 콜브란은 급기야 투자비 150만원을 상환하지 않으면 회사를 팔겠다는 으름장을 놓기에 이른다. 근거자료용 원장 제출 요구마저 거부하던 콜브란에게 황실은 끝내 양보, 지분의 절반을 내줬다. 러일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싶었던 고종이 분쟁을 서둘러 덮은 것. 친미파 대신들도 이를 거들었다. 청부업자에서 사주가 된 콜브란은 사명을 한미전기로 바꾸고 등기도 미국 본토로 옮겼다. 한성전기의 말로는 일본회사로의 병합. 콜브란은 거액을 챙겼지만 고종 지분의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콜브란이 일본인들에게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다. 고종의 친미파 신하가 계약서를 위조했다는 학설도 있다. 한성전기의 후신격인 한국전력의 발전상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자랑스러운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이 남는다. 국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순진하게 미국만 믿었던 지도자와 외세에 의존하던 정치권의 모습이 지금이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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