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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정부의 효율과 민간 위임

권문용 <전국 시ㆍ군ㆍ구청장協 회장겸 강남구청장>

230년 전 세관 공무원이었던 아담 스미스는 독백처럼 국부론에서 이렇게 썼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보다도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훨씬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 이 말은 맞는 말인가.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난 13일 서울 강남의 아셈타워에서 이슬람 테러단체 위협에 대비한 대테러훈련이 실시됐다. 헬기ㆍ군장비ㆍ소방차 등 중장비와 군ㆍ경찰과 서울시 및 강남구 공무원 등 23개 기관에서 1,2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실제상황 훈련이었다. 군ㆍ경 특수부대가 낙하하고 인질구출 대원이 아셈타워 벽을 스파이더맨처럼 내려오는 등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꼭 영화 다이하드처럼 전개됐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우리 대원들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고마울 수 없었다. 그래서 “누가 이렇게 잘하는가” 라고 담당 팀장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걸작이었다. “영화제작 팀에게 맡겼습니다.” 두번째 사례를 보자. 100년 만의 폭설이 내린 3월5일. 많은 사람들이 쌓인 눈 때문에 사흘간이나 고속도로상에서 차에 갇혀 있는 어처구니 없는 재난을 당했을 때다. 그날 밤 서울 강남구에서는 영동대로와 테헤란로ㆍ압구정로는 물론 모든 대로변에 불도저 등 중장비가 마치 6.25 때 태극기 휘날리며 북진하는 기계화 부대처럼 눈을 치우는 장면이 펼쳐졌다. 새벽 2시에 눈이 그치자 눈은 말끔히 치워졌다. 눈이 내리면 각각 맡은 곳을 치우는 계약을 민간업체와 체결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뒷골목까지도 각 동에서 민간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들어간 돈은 5,000만원. 만약 눈 치우는 중장비를 구입해 유지ㆍ관리하려면 연간 15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다. 강남구는 6년 전부터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은 모두 민간에 넘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건축허가와 관련된 민원 해소다. 이 일을 건축 전문가에게 맡기니 관련 민원이 80%나 줄었다. 아웃소싱과 분사(分社) 덕분에 강남구청 인원이 2,000여명에서 1,300명 수준으로 몸집도 가벼워졌다. 이런 성과를 되새겨보니 하나의 믿음이 생겼다. 만약 정부가 민간효율을 이용한다면 예산은 20% 줄어들고 직ㆍ간접적인 일의 능률은 3배나 올라갈 것이라고. 80년대 후반 경쟁원리로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리즘의 영향을 받은 뉴질랜드는 정부기능의 민간위임을 위한 일대 개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최하위였던 뉴질랜드의 정부 부문 효율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도 민간 부문의 활용을 활성화한다면 세계최고 수준의 정부효율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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