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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뉴턴.' 애덤 스미스마저 비판 대상에 올렸던 조지프 슘페터의 레옹 발라(Léon Walras)에 대한 평가다. 슘페터는 발라의 일반균형이론에 대해서도 '경제학의 마르나카르타(대헌장)'라는 극찬을 남겼다. 발라에게는 '한계혁명의 주역이며 수리경제학의 창시자'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화폐와 고용ㆍ무역ㆍ성장 등에 관한 현대경제학의 각론도 형식을 단순화한 발라 이론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있다. 반론도 존재한다. 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수식과 논리를 추상적으로 동원했다는 비판이다. 다양한 평가처럼 발라는 이채로운 삶을 살았다. 1834년 12월16일 교사이자 아마추어 경제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엔지니어를 꿈꾸며 에콜 폴리테크닉(국립 공업학교)를 지망했으나 수차례 고배를 마셨다. 수학실력이 모자라서다. 결국 한 단계 낮은 광업학교를 졸업했으나 광산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업 작가와 은행원ㆍ신문기자를 전전하던 그는 24세부터 경제학을 독학해 논문을 쓰고 책을 펴냈다. 생계가 막막해 경제학까지 포기하려던 34세에 스위스 로잔대에 어렵게 자리를 얻은 그는 수학과 경제학을 접목하고 수요ㆍ공급이 광범위하게 균형을 찾아간다는 일반균형이론을 만들어냈다. 이렇다 할 배경과 학맥이 없었던 그는 왕성한 서신교류를 통해 스스로를 독보적인 경제학자로 만들었다. 수학의 낙제생인 발라가 수리경제학을 만들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한계효용이론을 주창한 제번스와 맹거도 각각 화학자ㆍ기자 출신이었으며 영국 수리경제학의 시발점격인 에지워스도 문학도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학에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영어권 학생들에 비해 수학실력이 낫다는 이유로 계량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유학생 출신 한국 경제학자들에 중에도 대가가 나올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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