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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A 활성화 금융기관이 나서야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은 과거 네 번의 호황기가 있었다.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다섯 번째의 호황기로 사모펀드(PEF)가 주도해왔다. 앞으로 선진국의 국채와 같은 금융자산에 투자하던 각국의 국부펀드까지 M&A에 가세하면서 판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M&A 시장의 거래규모는 3조9,000억달러였다. 그 가운데 크로스 보더(Cross-border) M&A 시장 규모는 1조2,500억달러로 두 가지 모두 지금까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는 이 기록을 훨씬 뛰어넘어 5조달러에 가까운 거래가 예상된다. 이러한 세계 M&A 시장의 활발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M&A 시장 규모는 20조8,000억원이었다. 이는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2.9%에 불과해 영국 9.9%, 프랑스 7.4%, 미국 6.9%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이와 같이 국내 M&A 시장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이유를 여러 가지로 들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산업의 부진이라 하겠다. 금융은 이제 국가뿐 아니라 개별회사나 개인에게도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소니와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기제품 제조회사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금융 부문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과거 금융은 실물경제의 흐름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부문으로서 제조업이나 무역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에 진출했다. 그리고 시중의 유휴자금을 산업자본화하는 것이 은행들의 큰 역할이었다. 지금도 이러한 역할이 없어진 것은 아니나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투자상담(PB)이나 기업의 M&A를 주선하고 지원하는 등 은행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IB)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성장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야 자본시장 통합법이 통과돼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IB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삼성ㆍ현대 및 LG그룹의 전자 3사가 미국의 전자업체를 M&A한 후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기업의 해외 M&A가 뜸했던 상황에서 두산그룹의 초대형 해외 M&A 발표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Cross-border M&A는 기껏 수억달러에 불과했고 그나마 M&A 이후 결과가 바람직하지 못해 그 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M&A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두산그룹이 이번에 인수한 미국 잉거솔랜드의 보브캣(Bobcat)은 자동차로 치면 메르세데츠 벤츠에 해당하는 소형 건설장비 부문의 세계적인 브랜드로서 인수자금이 49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보브캣 인수를 계기로 두산 인프라코어는 세계 최고수준의 브랜드와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돼 건설기계 부문에서 세계 7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두산그룹의 이번 M&A는 브랜드 및 원천기술의 확보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와 시장개척을 위해 크로스 보더 M&A에 적극 나서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초대형 M&A가 완결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금융기관들도 IB를 지향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과감한 변신을 도모하고자 하는 전략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금융 규모 39억달러는 국내 금융기관에 의한 사상 최대규모의 외화자금 주선일 뿐 아니라 29억달러 규모의 LBO 금융을 포함하고 있어 M&A 구조와 사업성 검토, 인수금융의 구조설계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첨단 금융기법이 동원됐다. 국내 은행들이 이와 같은 거래구조를 설계하고 대출자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금융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대형 외화자금의 주선은 지금까지 외국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주간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는 주간사인 산업은행이 국내 은행을 중심으로 간사단을 구성했다는 데 국제 금융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거래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외화자금 주선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플레이싱 파워(Placing Power)가 검증된 셈이다. 그동안 주간사 은행을 외국 금융기관들이 수행함으로써 큰 금액의 수수료를 외국은행에 지급해왔었는데 이제 국내 금융기관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박수를 보낼 일이다. 이제 글로벌 M&A시장에서 크로스 보더 M&A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은 기업내부 자원을 이용한 성장(organic growth)에 한계를 인식한 기업들이 외부 경영자원을 이용하는 M&A를 성장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고 또 많은 성공사례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 산업의 1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일본의 도시바는 순식간에 에너지 산업의 최고 기업이 됐다. 그리고 프랑스의 아르셀로를 인수한 인도의 미탈은 제철 업계의 1위 업체로 부상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앞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그린필드(Green Field) 투자 중심에서 벗어나 크로스 보더 M&A를 통한 사업구조의 다각화와 국제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M&A의 활성화에는 금융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두산을 예로 보듯 M&A 거래에서 정보의 수집과 분석, 사업성의 검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인수금융의 구조설계, 외화자금의 주선 등이 M&A 거래 성공에 주요한 요건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러한 분야에 경험을 갖춘 산업은행과 같은 대형은행이 크로스 보더 M&A 금융에 앞장서 시장을 조성하고 국내 금융기관들과 동반 진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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