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의 따뜻한 메시지 관객 모두가 느꼈으면… 국립발레단 지도 위해 내한 세계적 안무가 그리고로비치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호두까기인형이 담고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관객 모두가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팔순을 앞둔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78)가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의 안무지도를 위해 내한했다. 88년 한ㆍ러 수교기념 발레 갈라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내한한 후 이번이 네번째다. 러시아 레닌그라드 태생의 그의 이름 뒤에는 ‘20세기 발레 영웅’ ‘안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33년간 러시아 대표격인 볼쇼이 발레단의 수장을 맡으면서 주옥 같은 발레작품을 발표해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이후 러시아 발레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대형 발레로는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등을 포함해 약 20여 작품에 이른다.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호두까기인형’은 그의 첫 안무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작품은 64년 그가 볼쇼이극장의 예술감독 취임 2년 후에 만든 작품으로 지금까지 전세계 연말 공연장의 히트 레퍼토리로 자리하고 있다. 그는 “상연되지 않은 곳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해마다 연말이면 세계 곳곳에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라며 “단순한 동화에 머물지 않고 선과 악의 체험을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는 철학적인 서사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 한 소녀의 성장을 통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안무의 호두까기인형이 있지만 그의 작품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가장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무용수들에게는 힘든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주역들 외에도 군무를 담당하는 무용수들의 안무가 고난이도로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 전체가 역동성이 있고 굵직한 선이 돋보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는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이 동화적이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하는 것이 안무의 포인트”라며 “해외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호두까기인형을 보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진정한 발레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안무를 손에 놓지 않고 있는 그는 크라스노다르시에 위치한 그리가로비치 발레단과 발레학교에서 안무를 지도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쇼스타코비치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황금세계’와 코라스노다르 극장 무대에 오르는 볼쇼이발레단의 ‘뇌제 이반’의 안무를 맡았다”며 “신작도 준비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12/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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