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물가에서 이제는 차이나플레이션으로. 그동안 중국은 우리의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일등공신이었다. 이른바 '미꾸라지 물가'는 농산물은 물론이고 공산물 제품의 수입물가지수를 낮췄다. 하지만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면서 가뜩이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우리의 물가 오름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중국의 임금 및 물가 오름세 확대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에두르지 않고 물가불안 요인으로 찍었다는 것 자체가 중국발 물가상승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를 가늠하게 하는 부분이다. 한은 자료를 보면 이미 지난 11월 수입물가가 전년 동기보다 8.2%나 급등하면서 차이나플레이션의 징후를 증명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은 전체 수입량의 16.8%로 1위다. 중국의 물가 오름세가 우리에게 직격탄을 입힌다는 뜻인데 이 중 철강재와 농산물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더욱 높다. 지난달 수입 물가 품목에서 농림수산품의 상승률이 24.1%에 이르고 광산품은 11.5%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원자재 부분의 오름세가 12.7%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우리 물가가 차이나플레이션의 영향권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당국의 억제 목표치 3%를 웃돌고 있다"며 "향후 임금 인상, 위안화 절상, 금리 정상화, 에너지 가격 현실화 등으로 생산원가의 상승요인이 누적돼 자국 제품의 수출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차이나플레이션의 공포가 우리는 짓누르는 더욱 큰 이유는 그 시기가 우리의 물가상승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초부터 시내버스 요금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요금이 줄줄이 올라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7%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나플레이션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통화 정책에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의 금리인상은 긴축정책을 준비 중인 우리의 통화 당국에도 정책의 시행 시기를 앞당길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수입물가는 물가대로 영향을 미치고 이를 억누르려는 중국 통화 당국의 정책 또한 한은에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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