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부분적·일시적이나마 국가운영이 중단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사실상 정치협상을 거부하면서 초강공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2014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은 의회에서 이뤄졌지만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이 ‘주연’을 담당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하원이 올 연말까지 현 수준에서 정부지출을 계속할 수 있는 잠정예산안을 3차례나 가결 처리했으나 상원이 이를 모두 거부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이 막후에서 강공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초강수를 두는 것은 집권 2기 국정장악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여겨진다.
지난 1월 두 번째 취임 직후부터 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거론되는가 하면 국내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조기 레임덕’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더이상 밀릴 경우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한 셈이다.
특히 이번 ‘예산 전쟁’에서 자신의 핵심 개혁정책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이 쟁점으로 부상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정치환경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오바마케어가 공화당의 압박에 밀려 폐기되거나 조정될 경우 국정장악력은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바마케어 시행 유예를 포함한 잠정예산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최근 경제·외교 정책 등에서 ‘멘토’(조언자) 역할을 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예산안과 국가채무 한도 증액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협상해선 안 된다고 조언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는 더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강공에 대해 내년 총선과 오는 2016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을 둘러싼 이번 ‘벼랑끝’ 정쟁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념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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