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떠올랐던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 등 신흥경제국은 선진국처럼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하지는 않겠지만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부진과 수요위축 현상이 장기화되면 전세계 교역량의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원자재 및 공산품 수출에 크게 의존해온 신흥개도국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개도국은 수출둔화를 내수로 만회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락은 글로벌 경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원자재 수출국인 신흥개도국 경제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분석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올해 브라질과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1.7%, 5.8%로 전망했다. 중남미와 동유럽 신흥경제국은 각각 1.0%, 4.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신흥경제국 평균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흥개도국을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다. 중앙은행의 공조체제를 구축해 금융위기 파국을 넘긴 선진국과 달리 신흥개도국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환율급등, 외국인 자금 이탈 등 자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에 취약한 특징을 지닌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이후 글로벌 저금리에 바탕을 둔 과잉 유동성과 달러 약세가 신흥개도국 증시ㆍ부동산ㆍ원자재 버블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급격한 자금이탈로 경제 전반이 부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러시아 경제가 루블화 가치 및 국제유가 급락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흥개도국도 경기부양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흥개도국은 선진국처럼 금리인하 및 양적완화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 것이 딜레마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독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동 아랍국가는 미국의 저금리 기조로 자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 저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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