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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기대되는 신진작가 임동승과 최수정의 2인전이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미술의 기본인 '그리기' 자체에 몰두한다는 것. 화려함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우직한 고민과 진지한 사색이 담긴 그림이라는 게 이들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또 서울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유학과 레지던시프로그램 등으로 통해 일찍이 해외 미술계를 경험한 것이 자신들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반영됐다.
작가 임동승은 영화 속 한 순간을 그림으로 옮긴다. 다양하게 변주된 회색조의 담담한 붓터치는인물과 사물의 이미지를 어렴풋하게 담아낸다. 그 결과 작가가 선택한 장면은 영화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하나의 단편으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갖는다. 작품명에 영화제목이 포함돼 있어도 그 흐릿한 이미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흐리기'는 이미지의 기억과 사라짐을 나타낼 수 있고, 무서운 실재를 스크린으로 가리는 모호한 것"이라고 한 미술비평가 할 포스터(Hal Poster)의 말처럼 임동승의 작업은 의식적으로 보는 이와의 '거리두기'를 만들고 있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수정 작가는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환영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 '서식지(Habitat)'나 '탁란(parasitismㆍ남의 새둥지에 알을 낳는 것)'이라는 작품명에서부터 공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존재에 작가의 탐구가 드러난다. 그의 그림에는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 듯 부유하는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기억과 경험, 의식과 무의식 등에서 비롯된 파편된 이미지들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의미를 창출해낸다. 그의 작업은 대상의 본질, 그리고 공간의 '관계맺음'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02)3210-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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