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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게으름에 대한 찬양

김종갑<특허청장>

김종갑<특허청장>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스’에서 대량생산체제를 회화적으로 묘사한다. 단순노동과 일관생산공정에 의한 대량생산ㆍ대량소비는 20세기의 성장엔진이었다. 새로운 시대의 성장엔진은 다르다. 정부의 개입 축소, 세계화, 탈규제, 민영화,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지식산업이 21세기의 성장엔진이다. 창조적 지식이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되는 사회에는 국경이 없다. 전세계는 단일시장으로 재편성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의사소통과 대중교통의 신속화를 통한 ‘원거리 행위(action at distance)의 심화과정’이 한창이다. 동시에 지식ㆍ자본ㆍ기술의 격차에 따른 국가간 불평등의 확산을 통한 ‘세계경제의 위계화 과정’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디쯤 가고 있을까. 세계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구축했으나 지식의 축적을 이루지 못했다. 보호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있음에도 세계최고의 기술ㆍ브랜드ㆍ기업을 갖지 못한 우리의 돌파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들도 유사한 신성장동력을 제시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 인재확보 경쟁에 미래가 걸린 셈이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존 나이스빗, 기 소르망, 로버트 고든 등 세계적 석학들도 한결같이 기술혁신을 선도할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적자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In Praise Of Idleness)’에서 지식의 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색하는 습관’이며 여기에는 게으름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스스로가 선택한 건설적이고 만족스러운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게으름이다. 빨갛게 익은 사과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수확하는 채플린의 부지런한 미덕이 20세기를 이끌어왔다면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놀라운 창조의 영감에 몸을 떠는 뉴턴의 게으른 미덕에 21세기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다른 나라 특허심사관에 비해 2배~4배의 심사격무로 휴일이 없는 동료들에게도 창조를 위한 사색의 시간이 좀더 주어질 수 있는 날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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