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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고층 아파트

남상조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

구약성서에 따르면 노아의 대홍수가 휩쓸고 난 뒤 그 후손들은 다시는 그런 재앙이 없는 보다 안전한 바빌로니아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자신들의 능력을 뽐내기 위해 하늘에 도전하는 높은 건물, 바벨탑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야훼는 건축 일을 하는 인부들의 말을 서로 다르게 해 의사소통을 못하게 함으로써 그 작업을 중지시킨다. 그래서인지 세계 도처에 높은 빌딩이 들어설 때마다 우연히도 재앙(?) 비슷한 일들이 곁들여지고는 했다. 높게 솟은 건물을 “하늘을 긁는다”는 뜻의 마천루(摩天樓)라고 하는 것만 봐도 불경스러운 함의가 들어 있다. 뉴욕주를 ‘엠파이어 스테이트’라고 할 정도로 뉴욕의 상징물이 된 102층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건립될 무렵에 미국은 대공황을 맞게 된다. 그 뒤 지난 70년대 중반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442m)가 새로운 고층 명소로 등장했을 때 에너지파동으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98년 말레이시아의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452m)이 완공됐을 무렵 공교롭게도 아시아 전역이 외환위기의 태풍에 휘말렸다. 지난해에 대만이 건립한 세계 최고층 건물 ‘타이베이 101’은 지진피해를 입기도 했다. 세계경제의 심장부인 세계무역센터가 테러의 표적이 된 것도 어쩌면 뉴욕의 새로운 상징건물로 치솟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최고층 건물인 63빌딩 주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라 이런 재앙을 염려해서인지 두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세웠지만 끝내 좌절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고층빌딩을 경쟁적으로 지어 그 위세를 뽐내려고 하고 있다. 영국 극작가 노엘 코워드는 “건물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세상의 도덕심은 낮아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 제1의 갑부가 된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MS) 시애틀 본사를 5층 정도의 난쟁이 건물들로 가득 채웠다. 도심의 화려한 마천루를 마다하고 변두리로 나가 수십채의 캠퍼스식 타운을 고집한 것이다. 물론 난쟁이 사무실이 가져다준 행운은 결코 아니겠지만 외양보다는 기술개발과 내실에 전력투구하는 MS의 저력이 있기에 독과점에 따른 ‘악의 제국’이라는 비난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가 한강변 반포지구의 재건축 아파트를 35층으로 허가했다. 이미 송파구 잠실의 시영단지 아파트도 35층으로 허가돼 있고 압구정동의 재개발 아파트 단지들도 60층까지의 초고층을 추진 중이다. 서울도심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과 강의 전체적인 조망(眺望)을 무시한 채 한강변에 마천루가 산맥처럼 이어진다는 생각만 해도 답답해진다. 요즘의 초고층 빌딩은 하늘을 긁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하늘이 노할까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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