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하루 동안 평균 400번 이상 웃는다고 한다. 반면 성인들은 15번에도 못 미친다고 하니 웃는 일에 어른들이 얼마나 인색한지 대조된다. 왜 아이들은 그리도 자주 웃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아마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은 아닐까.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동심(童心)을 간직하고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찌들어 가는 모습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아이와 같은 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들이 있어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하야오가 4년만에 선보인 신작 ‘벼랑 위의 포뇨’는 다시 한번 관객을 동화의 세상에 초대한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소재는 현대판 ‘인어 공주’이야기다. 바닷속 마법의 세계에 살고 있는 물고기 소녀 ‘포뇨’는 따분한 생활에 지쳐 평소 동경하던 육지로 가출한다. 포뇨는 그러나 바다에 버려진 빈 유리병에 갇힌 채 해변가에 떠밀려오고 근처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5살 소년 ‘소스케’의 도움으로 간신히 구출된다. 소스케는 양동이 속에 포뇨를 넣고 먹을 것을 주는 등 정성을 쏟는다. 하지만 포뇨는 바다의 주인이자 그녀의 아버지인 ‘후지모토’에 끌려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가고 둘은 이별하게 된다. 인간이 되고 싶은 포뇨는 후지모토 몰래 다시 탈출을 감행하고 소스케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내놓는 작품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4년간 공들인 작품이기에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은다. 그것도 현대판 인어공주라는 소재가 주는 호기심이 더해져 일본에선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너무 귀여운 포뇨의 캐릭터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소스케의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연말 문화 이벤트로 극장을 찾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겨도 손색 없는 작품인 까닭이다. 그의 모든 작품에 영화 음악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선율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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