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은행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만한 금리를 보장하겠다는 건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장기상품인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5일 기준 연 2.94%, 20년짜리도 3.08%에 불과하다. 최고 1.66%포인트까지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7년 이상 원리금을 보장해야 하니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도 힘들다. 도무지 어디를 봐도 3% 후반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고금리로 판매하고 있으니 의아할 뿐이다. 자칫 연 4.5%의 금리를 제시해 역마진의 늪에 빠진 KDB산업은행 소매금융상품 '다이렉트뱅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만약 은행이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못된 습관을 다시 꺼내 든다면 대가는 서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불행히도 벌써부터 조짐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저축성 수신금리는 한달 전보다 0.1%포인트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0.15%포인트나 올랐다. 중소기업에는 대출을 유지한 채 재형저축에 강제로 가입시키는 꺾기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은행이 손쉽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예대금리차 놀이를 다시 시작했다는 신호다.
재형저축은 말 그대로 근로자와 소상공인의 재산증식을 위한 금융상품이다. 서민을 위한다고 내놓은 상품이 오히려 서민을 핍박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서민에게 금리부담이 전가되는지 감시 감독하고 은행들도 재형저축의 자체 수익률 확보방안을 마련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에 나설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