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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심 집회 '소음' 몸살
입력2001-06-22 00:00:00
수정
2001.06.22 00:00:00
최근 서울도심에서 거의 매일 시위기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의 빌딩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은 고성은 스피커로 쉼 없이 계속되는 집회소음으로 '죽을 맛'이다.아침부터 시작된 집회는 오후 업무마감이 다 될 때까지 계속되고 하루 일과를 망쳐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소음진동 규제법'에는 집회소음을 규제할 근거가 없어 경찰이나 관공서도 속수무책이다.
지난 21일 오전 9시 서울시청 주변. 직장인들이 업무를 시작할 무렵 이날도 어김없이 사무실 밖에서 울려 퍼지는 투쟁가요가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이곳은 시청과 시의회가 위치한 탓에 민원성 집회나 노조들의 시위로 하루도 조용할 때가 없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집회는 오후 3~4시나 되어야 막을 내리는 까닭에 그 동안엔 투쟁가요와 구호, 때로는 듣기 민망한 욕설까지 참고 견뎌야 한다.
직장이 주변 빌딩에 있다는 황모(38ㆍ회사원)씨는 "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스피커소리를 들을 땐 짜증부터 앞선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줄 아는 사람들이 왜 제3자들이 입는 피해에는 무관심한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게다가 근처에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고궁과 특급호텔들이 있어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도 적지 않다.
관광차 서울을 방문, 시청 옆 S호텔에 투숙하고 있다는 한 일본인 관광객은 "너무 시끄러워 쉬는데 방해가 된다"면서 "일본에서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분장을 하거나 피켓 등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하는 정도지 큰 소리로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심에서 벌어지는 집회를 보노라면 시장바닥을 방불케 한다. 각종 이익집단들은 몇 주간 같은 시간과 장소를 '예약'하고서는 고성능 확성기로 주변 사무실 유리창이 울리도록 노래와 구호를 힘껏 외쳐댄다.
더구나 집회도중 'X새끼''X같은 놈'등 육두문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심지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노래자랑까지 벌이기도 한다.
서울시 생활공해과 관계자는 "집회소음은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느끼는 80db를 훨씬 넘어 100db에 가까울 때가 많다"면서 "이로 인한 민원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하루 신고되는 집회는 평균 23회 가량. 그러나 최근은 시위 횟수가 부쩍 늘어 60여회가 넘는 날도 많다.
따라서 환경부와 경찰청은 지난해 집시법에 소음규제에 관한 조항을 넣으려 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시민단체의 여론에 밀려 현재는 유보된 상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집회로 인한 소음으로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또 법률을 만들면 악용될 소지도 많아 결국 침묵시위나 피켓 시위 등 좀더 선진화된 집회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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