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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낙찰률 고공행진…미술시장 기지개 켜나

서울옥션 87%로 3년만에 최고… K옥션 여름경매도 77% 기록

기업·미술관 적극적 참여 속 이우환 등 단색화 열풍도 한몫

지난 24일 열린 서울옥션의 기업소장품 위탁경매는 87%의 낙찰률을 거둬 지난 3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 수요에 의지하던 우리 미술시장에 기업과 미술관의 참여가 많아진 것은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사진제공=서울옥션

국내 미술시장이 올들어 완연한 회복조짐이다. 공개시장인 미술경매를 중심으로 낙찰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 난 가격이 이젠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매수 참여가 늘고 있다. 양도세 부과 악재도 시행 1년을 지나면서 수긍하는 태도다.

◇경매 낙찰률 '쑥쑥'=지난 24일 서울옥션이 개최한 기업 위탁작품 기획경매에서 총 출품작 113점 중 98점이 팔려 87%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완판 행진의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특별 경매'를 제외하면 이는 최근 3년 경매 낙찰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경매는 특히 기업과 미술관·문화재단 등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참석과 입찰이 많았다. 개인 수요가 80%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의 국내 미술시장에 기업과 미술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긍정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그런가 하면 K옥션은 올해 최대 규모로 마련한 7월 온라인 경매가 낙찰률 67%, 낙찰총액 5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온라인 경매는 작품가가 비교적 낮은 대신 경합이 치열한데 많게는 70회 이상 경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저가 온라인경매의 활성화는 시장 저변확대와 다양화로 연결된다.

뉴욕발 세계금융위기로 국내미술시장이 '반토막' 난 2008년 이후 경매실적은 저조했다. 연 4회 열리는 메이저 경매의 경우 서울옥션의 낙찰률은 50%대까지 급락했다가 60%대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K옥션도 70%대의 낙찰률을 오갔다. 급기야 지난해 미술품 양도소득세 시행으로 바닥까지 내려간 것이다.



◇바닥치고 반등 기대=그러런 미술시장이 올 들어 눈에 띄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의 올 봄 메이저경매는 82%의 낙찰률을 기록했고, 180점 중 125점이 낙찰된 여름경매는 42억원의 낙찰총액을 거뒀다. K옥션도 여름경매에서 낙찰률 77%에 46억원 어치가 낙찰됐다. 특히 이 경매에는 국내 양대경매회사 대표를 모두 지낸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대표의 소장품 20점이 완판되면서 분위기를 견인했다.

해외에서 불기 시작한 '단색화 열풍'도 시장 회생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미술계 블루칩인 이우환이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정상화·윤형근ㆍ박서보ㆍ정창섭ㆍ하종현 등이 '아트 바젤' 등 세계적 아트페어에서 주목 받았다. 상하이에서 열린 단색화 그룹전, 홍콩 M+미술관의 단색화 관련 심포지움도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부채질하는 데 한몫했고 더불어 이들 작가군의 경매 낙찰가도 상승세다.

미술시장연구소의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도세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으나 과세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이를 수용하는 태도와 분위기가 조성됐다"라며 "낙찰총액 40억원대, 낙찰률 80%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반등세가 확실한 회복세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기업이 사내유보금 투자 방편의 하나로 미술품을 구매한다면 문화적 기여까지 일거양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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