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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학 대가 한영우 명예교수

"치우침 없이 재주있는 인재 뽑아야 민심 얻어"

민심 존중 공익·공선이 선비정신… 500년 왕조 유지·국가발전 원동력

세월호 참사 등 사회갈등·불안… 선비정신 결여로 생긴 것

공동체 정신 회복 노력 시급


"우리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온 선비정신은 역대 왕조의 인사정책 원칙인 공선(公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재를 뽑는 데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전문성과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민심을 얻을 수 있지요."

최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를 주제로 열린 인문강연에 강연자로 나선 한영우(76·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민심을 존중하는 공익, 공선이 곧 선비사상"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의 선비는 단지 조선시대 유학자들을 지칭하지 않는다. 한 교수는 "고조선 이후 왕조들을 500여년 이상 유지하게 한 힘은 한국의 문화적 유전인자인 선비정신에 있다"며 "무·불·유(巫佛儒)가 융합된 선비정신은 현재에도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비정치의 뿌리를 단군신화의 홍익인간으로 봤다. 골고루 잘 살기 위한 공동체 정신에서 민본사상이 싹 텄고 민심과 공론(公論) 존중,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이념으로 발전했다.

한 교수는 "조선시대 과거제는 입현무방(立賢無方)과 유재시용(惟才是用) 원칙에 입각해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제도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현무방은 인재를 등용함에 모(方)가 나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모는 혈연·지연·학연 등을 의미한다. 유재시용은 오직 재주 있는 사람을 쓴다는 뜻이다.

한 교수는 "과거제의 초시(初試)에서 1차 합격자로 7배수를 뽑았는데 그 합격인원을 8도 지역 인구비율로 강제 배분했으며 2차 시험부터 성적순으로 선발했다"며 "지역 쏠림을 줄이고 신분상승의 기회도 주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교수는 과거 급제자 1만5,000명의 족보를 뒤져 신분을 조사해 문과 급제자의 약 35% 정도가 평민 출신이었으며 조선 초기와 18세기 이후에는 평민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교수는 "조선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였음이 틀림없다"며 "이는 현재 국가운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역사에서 타지마할·만리장성과 같은 거대한 문화유산이 없는 것은 건축능력 부재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백성을 핍박, 수탈하는 폭군문화가 존재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신 조선왕조실록·의궤·동의보감 등 우리가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은 총 11종에 달해 중국 9종, 일본 3종을 크게 앞선 것은 공익과 정치실명제를 이루려는 선비사상이 빛을 발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규장각 관장, 이화여대 이화학술원장을 지낸 한국사 대가인 한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2014인문주간'의 인문공감 콘서트에서 선비문화 강연을 2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단기간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한 바탕에는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 바탕에 깔린 선비문화가 큰물을 이뤄야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를 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등 사회불안 요소와 갈등은 선비정신 결여에 따른 결과"라며 "한국 사회가 위기감을 갖고 공동체 의식, 공익 정신을 되살리는 일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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