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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경제를 살리는 길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경제가 살아나려면 강남에 있는 술집 장사가 잘돼야 한다고 말한 친구가 있다. 강남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수입이 줄어들어 이곳에 지어진 많은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비게 돼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자들이 자금압박을 받게 되고, 특히 원룸형 주택을 지은 중소형 건축업자는 부도위기에까지 몰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 지점들도 자금회수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감자 칩도 칩이고 컴퓨터 칩도 칩이다.’ 미국 경제학자의 말인데 평범한 스낵이나 현대 첨단산업의 상징인 컴퓨터의 핵심부품이나 다 같은 국가경제의 구성요소로서 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지난 80년대에 일본의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밀리자 코카콜라나 맥도널드를 가지고 미국을 지탱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충실히 시장경제를 운용함으로써 경제대국의 위치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절실히 필요한 일은 거창한 철학이나 구호가 아니라 경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간단한 원리를 지키는 것이다. 얼어붙은 건축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지난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인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경기불황 속에서도 강도 높은 10ㆍ29 억제책을 동원했고 여당은 이에 더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업의 경쟁활동을 저해하고 이윤추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바탕을 둔 제도가 논의되는 풍토에서 건설경기가 움츠려든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관광과 유학연수 등의 명목으로 지불하는 돈이 한달에 평균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1년이면 100억달러나 되는 큰 돈이며 이에 더해 해외의 부동산 등을 사기 위해 신고하지 않고 몰래 빠져나간 돈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히 노력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안에서 좋은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나은 방안이다. 정부가 해남과 새만금 간척지에 골프장을 만들려고 구상을 하고 서울과 부산 등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업이지만 우리 국민의 국내 소비를 늘리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보자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문제는 기업의 활동이다. 우리 기업은 지금 대기업ㆍ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해외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ㆍ말레이시아ㆍ슬로바키아 등에 공장을 세웠고 현대자동차는 미국ㆍ중국ㆍ동구권에서 공장을 대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남미의 과테말라나 엘살바도르에서 활동하는 기업도 많다. 국내 설비투자는 답보상태인 반면 해외의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이 고용한 인원은 15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우리 실업자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많은 인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데 가장 큰 제약은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편견과 심한 경우 기업가를 죄인으로까지 여기는 인식이다. 출자총액제한 등 제도적인 문제보다도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외국투자가들의 애로사항 중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노사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조치도 확대돼야 한다. 세금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국내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춰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우리나라도 경제부총리가 법인세 인하 구상을 발표했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2005년 소득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따라서 실제 법인세 감면 효과는 오는 2006년 납부 때에 가서야 발생하며, 소득세는 최근에 이르러서야 정부여당이 내년부터 1%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부담이 급속하게 증대된 점을 감안해 가능한 한 시기를 앞당기고 감세폭도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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