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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악몽같은 ‘13일의 금요일’

한나라당의 내홍이 갈수록 태산이다. 추락하는 당 지지도, 서청원 의원 석방요구안 통과로 쏟아지는 국민 지탄, 추가로 드러나는 불법대선자금, 공천 분란 등의 악재들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예측할 수 없는 폭발력을 키워가고 있다. “총체적 위기인데도 대책이 없다”는 당직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13일 한나라당의 하루는 이를 축약적으로 보여줬다. 오전 주요당직자 회의에선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이원형 제3정조위원장이 “지금 당의 공천 과정은 원칙도 비전도 없다”며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어 홍사덕 총무가 전날의 사퇴 의사를 재확인하고, 박진 대변인도 사퇴의 변을 말하려 하자 김정숙 의원은 “쇼 정치 좀 그만 하라”며 가로막았다. 김 의원은 “다 해먹고는 인기 떨어지니까 이제 와서 뭐냐. 이렇게 무책임하게 정치하는 남성들 처음 본다”고 성토했다. 홍 총무는 탁자를 내리치고 “그만하자”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당 대표실에는 공천 탈락 위기에 놓인 한 신청자의 지지자들이 몰려와 “최병렬 대표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최 대표는 한승주 주미대사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다 한 대사 면전에서 망신을 당했다. 이어 열린 당 최고의결기구 운영위원회의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다. 위원들은 최근의 당 내홍 대책보다 각자의 공천 이해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부여에 청양을 붙여 선거구를 확정하는 것은 부당하다”(유한열) “불출마 의원과 상의 없이 다른 공천자를 선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김동욱) “석패율제를 꼭 관철시켜달라”(공천섭). 이런 와중에 이재오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도부가 양지를 찾으면서 동시대를 누렸던 사람들에게 공천혁명과 시대정신을 내세워 물러서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없다”고 공천작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지만 최 대표는 여전히 수습책을 내놓지 못한 채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오히려 사태를 거꾸로 몰아가려는 조짐도 보인다. 측근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대표에게 더 큰 권한을 주는 제2창당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 의혹을 키웠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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