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우향국가' 보고서 파문<br>"적극적 이슈선범"에 자칫 보수회귀 연상" 반감도
| 31일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 앞서 김덕룡(오른쪽) 원내대표, 박진(가운데) 의원, 남경필 수석부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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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 앞서 김덕룡(오른쪽) 원내대표, 박진(가운데) 의원, 남경필 수석부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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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 앞서 김덕룡(오른쪽) 원내대표, 박진(가운데) 의원, 남경필 수석부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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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 갈등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에 한 권의 책이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박진 의원이 31일 당 상임운영위에 분석 보고서를 제출한 ‘우향국가(The Right Nation)’라는 책이 그 것. 우향국가는 미국 공화당이 역대 대선에서 진보 바람을 누르고 집권할 수 있었던 성공전략을 담은 책으로, 박 의원이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가지고 오면서 소개됐다.
박 의원은 이날 이 책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무조건 반대와 비판보다는 적극적인 이슈 선점을 통해 진보적 어젠다를 흡수하는 공세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 팽배해 있는 ‘대선 필패론’ 등 패배 의식을 씻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중도보수에서 ‘좌로 5도’ 정도 기운 이미지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향국가’가 박 의원에 의해 소개된 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찬성과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선 박 의원으로부터 요약본을 전달 받은 박근혜 대표가 이책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표가 이날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98일째 단식중인 지율 스님 살리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환경영향 재평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대여공세 차원이기도 하지만 일부분은‘개혁적 이슈 선점’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환경ㆍ여성ㆍ노동 등의 문제는 진보 진영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부분이기 때문. 그동안 한나라당은 ‘개발 논리’를 앞세운 부산 지역 민심을 고려해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와 관련, 공식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박세일 정책위의장도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 보수주의는 진보 주의에 밀렸지만 지금은 당당히 미국 사회의 주력으로 부상했다”며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에 접목시켰는지, 보수주의 싱크탱크들이 지식인과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긍정론을 펼쳤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우향국가란 책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에 대한 반감이 커 보인다. 민심은 ‘탈(脫) 보수’로 가는 데 자칫 보수로 회귀하자는 이미지를 풍긴다는 것. 김무성 사무총장은 “내용은 좋지만 영문제목(The Right Nation)이 직역되면 ‘우익국가 ’ 이런 것이 되는데 네오콘(신보수주의)을 연상하지 않을까 싶다”며 “당이 올바른 보수가 되도록 노력 중인데, 우향우 우경화 등의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소장파인 권영세 의원은 “도덕성 회복과 각종 사회단체와의 네트워크 구축, 개혁과제 선점 등은 긍정한다”면서도 “9ㆍ11 테러 이후 보수로 급선회 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을 중도 내지는 진보쪽으로 가고 있는 한국 정치상황에 단순히 접목할 수 있는 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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