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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가락동 본사 1층 제이에스티나 매장. 최근 공급량이 모자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핸드백과 각종 주얼리, 시계를 소개하는 김기석(사진) 사장의 얼굴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김 사장이 신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지난 2002년 직접 아이디어를 낸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이제 명실상부하게 회사를 지탱하는 대들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제이에스티나는 2003년 주얼리를 중심으로 출발한 브랜드이다. 로만손의 시계 사업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정체를 맞으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기준으로 로만손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부터는 핸드백 아이템도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본점 오픈을 시작으로 백화점 8곳에 문을 열었다. 올 2월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만 2억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핸드백 사업이 계획만큼만 해도 성공으로 봤는데 목표의 두 배씩을 달성하고 있다"며 "핸드백 매출 비중이 현재 10% 수준이지만 올해를 계기로 크게 늘 것"이라고 밝혔다.
로만손은 이뿐 아니라 지난해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12월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 제이에스티나 매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패션의 본고장인 미국ㆍ유럽 등에서 먼저 성공해야 다른 지역도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올해부터는 싱가포르ㆍ홍콩ㆍLAㆍ뉴욕ㆍ유럽 각국 공항 면세점에서 잇따라 개점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주변에서 왜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중국ㆍ동남아 등에 먼저 진출하지 않냐고 하는데 진정한 패션강국에서 성과가 있어야 제대로 된 글로벌 브랜드로 클 수 있다"며 "올해는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해외 공항 면세점 위주로 입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궁극적으로 제이에스티나를 미국 티파니와 같은 글로벌 종합 패션 브랜드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 그에게 제이에스티나의 주얼리ㆍ핸드백 사업은 아직 출발선일 뿐이다. 제이에스티나가 김연아ㆍ소녀시대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도 그들의 이미지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제이에스티나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조만간 화장품ㆍ향수 아이템을 추가하고 의류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제이에스티나의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추가할 만한 패션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며 "이달 안으로 직접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화장품ㆍ향수 사업에 대한 시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런 공격 경영에 힘입어 로만손의 매출이 오는 2015년까지 3,000억원, 2020년까지 1조원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만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95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을 내다보는 셈이다.
김 사장은 올 1~2월까지 주얼리 산업이 24%, 핸드백 사업이 300% 이상 신장한 것을 비롯해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할 수도 있어 8년 내에 1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데 문제 없다는 얘기다. 올해는 일단 매출 1,300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김 사장은 "5년 전인 2007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제시했을 때는 직원들조차 비웃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제이에스티나 아이템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직원들도 회사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서 전례 없이 매출 1조원대 글로벌 패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두려움은 없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데 대한 걱정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성장만 바라보고 있다"며 "글로벌 패션 대기업이 된 국내 기업의 전례가 아직 없지만 광고 모델인 김연아ㆍ소녀시대처럼 경쟁력만 있으면 한국 기업도 어느 분야든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시대가 분명 왔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 추세에 대해서도 김 사장은 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경기 불황은 모든 기업이 겪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다"며 "오히려 현재 경쟁사를 하나둘 따돌리거나 따라잡고 있어 기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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