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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스탠리 오닐 퇴장의 교훈

메릴린치는 골드만삭스 등 다른 뉴욕 월가 투자은행에 비해 인간미가 넘치는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당장의 실적 부진을 들이대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는다. 투자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입혀도 단기적인 실적 평가보다는 장기적인 충성심을 더 중요시한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메릴린치를 곧잘 ‘마더 메릴(Mother Merrillㆍ관대한 메릴린치)’이라고 부른다. 지난 2002년 12월 메릴린치 최고경영자가 ‘백인 브로커 출신’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깬 인사도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령탑에 오른 스탠리 오닐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나섰다가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과 일방적인 인수합병 추진으로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오닐의 퇴진은 그가 메릴린치 특유의 관대한 기업문화를 개혁의 수술대에 올린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하다. GM의 시간제 근로자에서 출발, 메릴린치의 수장에 오른 그는 전권을 잡기 직전부터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오닐은 “비즈니스란 관용과 인간관계가 아니라 오직 실적으로 좌우된다”고 선언하고 2001년 9ㆍ11 테러 충격을 계기로 1만4,000명을 해고하는 살벌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당시 그와 대권을 다퉜던 경쟁자도 오닐이 휘두른 칼부림의 희생자가 됐다. 토마스 패트릭 부회장 등 잠재적 경쟁자도 이듬해 내쫓아 버렸고 2003년 4월 데이비드 코만스키 회장까지 물러나면서 오닐 독주체제는 완성됐다. 실적을 좇던 그는 수익은 높지만 위험이 크다며 파생상품 투자에 반대하던 채권부문 임원진도 모두 물갈이 해버렸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메릴린치가 창사 이래 9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근본적 배경에는 그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조직 내부에 없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5년 전 그가 구축한 강력한 친정체제가 오히려 그의 수명을 단축한 셈이다. 월가 관계자들은 오닐 회장이 메릴린치에서 절대권력을 휘둘렀지만 철저히 고립돼 있었다고 전한다. 그의 직장 동료들은 싱글 수준의 골프광인 오닐과 라운딩을 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스탠리 오닐 회장이 퇴장한 메릴린치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재점검보다는 흐트러진 조직 문화부터 다시 추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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