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무리하게 추진하다 딜레마에 빠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한 부동산정책 얘기다. 목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리 없기 때문이다. "집값은 이상적으로 얘기하면 금리수준과 물가수준, 이 수준으로 따라 오르게 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봐야겠지요." 부동산시장과 전쟁을 벌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값은 어느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집값이 올라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민간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집값이 하락할 때는 물론이고 보합세를 유지할 때에도 민간소비가 위축된다. 집값 안정 속 거래확대 어려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영일 연구위원 등은 '주택가격의 장기침체에 따른 자산효과'라는 논문에서 집값이 2년간 매년 10% 하락한 뒤 3년 차부터 지난 2000~2009년 연간 평균치인 5.79%의 상승률을 회복한다고 가정할 때 민간소비는 1년 차에 2.51%, 2년 차에 4.54% 각각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집값이 변동이 없을 때도 민간소비가 1년 차에 0.82%, 2년 차에 1.50% 각각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는커녕 한 마리도 제대로 잡았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떨어졌던 집값이 올 들어서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으니 집값 안정은 이뤄낸 것 아니냐고 강변할 수도 있지만 업계가 보는 상황은 안정이 아니라 침체다. 집을 내놓은 지 몇 년이 됐어도 팔리지 않는 집이 수두룩하고 수도권은 물론 지방 미분양 아파트도 다시 증가추세다. 물론 집값 안정은 서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목표다. 집값이 급등할 경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면서 그 분노가 정부를 겨냥할 수도 있다. 더구나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정책기조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안정은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사는 회원 7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4분기 주택거래소비자 인식조사'에서 6개월 안에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14.4%,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겠다는 사람은 12.4%에 그친 것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응답률이다. 유럽과 미국발 재정위기 및 금융쇼크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매매욕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부작용이 전세시장을 멍들게 하고 가계부채 부실 우려도 키우고 있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는 줄고 전세수요만 늘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비율은 5년 만에 매매가의 50%를 넘어섰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8개월간 매달 평균 233만7,500원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4분기 기준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흑자액 90만8,406원보다 2.6배나 높은 수치다. 생계를 위해 지출하고 남은 돈 모두를 저축해도 급등하는 전셋값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전셋값 급등에 가계 빚만 늘어 그러니 전세대출이 급증하고 가뜩이나 골칫거리인 가계부채가 불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4조1,27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8.8%나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 0.6%의 15배에 달한 것이 그 실상을 말해준다. 집값 급등을 우려한 분양가상한제 유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담보대출 규제 등이 집값 약세 속 거래부진을 야기하면서 전세 사는 서민만 옥죄고 있는 꼴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이 야기한 부메랑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