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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카지노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영종도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도시가 살아나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닐까요."(영종하늘도시 Y공인 대표)
18일 찾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는 '유령 도시'라는 소문과 달리 생기가 넘쳤다. 중산동의 7개 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한 체육공원에는 따듯한 봄 날씨 속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주부들과 길거리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당초 예정됐던 공사들이 무산되고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이어지면서 불 꺼진 도시로 전락했던 영종하늘도시가 입주민이 꾸준히 유입되고 상가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신도시의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설(說)만 난무했던 미단시티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가 이날 최종 승인이 나면서 영종하늘도시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분양 속속 소진되고 집값도 오름세로 돌아서=수도권 전세난으로 새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와 세입자들이 유입되면서 영종하늘도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속속 소진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지역 H공인 대표는 "'영종 힐스테이트'는 회사보유분을 전세로 돌려 3개월 새 300여개가량 계약이 이뤄졌다"며 "인근 공항신도시는 물론이고 수도권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구 유입 증가는 영종하늘도시의 낮은 전세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우미린 2단지' 84㎡(이하 전용면적) 회사 보유분의 경우 전세가격이 8,000만~9,000만원대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30%도 채 안 된다. 일반인이 내놓은 아파트 전셋값도 1억2,000만원대로 전세가율이 36%에 불과하다. 현재 수도권의 전세가율 60~70%임을 고려할 때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지난해 4월 40%에 불과했던 중산동 7개 단지(총 8,851가구 규모)의 입주율이 현재 70%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구 유입이 늘면서 매매시장도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급매물이 속속 소진되면서 매매가격이 소폭이지만 오름세다. 지난해 6월 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영종 힐스테이트 84㎡는 현재 시세가 2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여기에 외국인 카지노 승인 발표가 나면서 미분양 아파트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D공인 대표는 "현재 중산동 일대에만 착공됐거나 예정된 상가 건물이 8개에 이를 정도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며 "이번 카지노 승인으로 아파트 가격 회복은 물론 주변 지역 개발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왕서방도 토지 매입에 관심=영종도 카지노 복합 리조트 사업이 최종 승인되면서 사업예정지인 영종도는 물론 인천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카지노가 일자리 창출과 관광 활성화를 통해 인천지역 전체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카지노가 들어설 예정인 영종도 미단시티 일대 조성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인천도시공사는 미분양으로 남아있던 미단시티 내 상업·숙박시설과 단독주택, 문화시설용지 등이 일시에 분양될 것으로 보고 크게 고무돼 있다.
미단시티개발은 현재 매각하기로 한 토지에 대해 매매를 전면 중단하고 대상 부지에 대한 토지가격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인천도시공사에 따르면 미단시티 내 공사소유 58개 필지 중 12필지는 이미 매각됐으며 20여필지는 최근 매매계약이 체결됐거나 매매 협의가 진행 중이다.
땅값 상승 기대감에 부푼 투자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미단시티개발의 사무실이 있는 인천시 중구 영종대로 한스빌딩에는 요즘 하루 수십통의 전화와 방문 상담으로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단시티개발 관계자는 "미단시티에 카지노가 들어선다는 입소문이 난 후부터 중국인 투자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들은 국내 부동산에 5억원을 투자하면 영주자격을 주는 부동사 투자이민제 때문에 미단시티 내 부동산 매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기대감 속 도박 도시 거부감도=영종도 주민들은 외국인 카지노 개발로 앞으로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영종도 전체의 부동산 개발 등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지선 영종도발전협의회 이사장은 "주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기다린 결과"라며 "복합 리조트가 들어서고 영종도에서 추진되는 다른 개발사업도 탄력을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민 정영종(55)씨는 "미단시티 복합 리조트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영종도를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 기능을 갖춘 국제적인 공항도시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유치에 환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영종도가 '도박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종하늘도시의 한 주민은 "카지노 유치가 영종도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라스베이거스처럼 환락·도박의 도시로 자리매김될까 우려된다"며 "내국인 출입까지 허용할 경우 지역사회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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