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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노조의 逆질주] (하) 勞-勞 패권다툼으로 파업장기화 악순환

1년여 쾌속질주 하던 기아차<br>파업 한달만에 6,200억 손실<br>모처럼 성장호기 물거품 될판



'2008년 6월 로체 이노베이션, 8월 포르테, 9월 쏘울, 2009년 4월 쏘렌토R, 6월 포르테 쿱.' '디자인 경영'을 내세웠던 기아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독특한 외관에 뛰어난 성능, 여기에다 동급 차종보다 앞선 편의장치 장착으로 소비자들은 기아차를 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는 높아졌고 때맞춰 시작한 정부 지원은 기아차의 질주에 힘을 불어넣었다. 올 상반기 침체된 내수시장에서 기아차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것은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기아차의 힘찬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노조의 파업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노조 파업의 명분은 임단협 결렬.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노노 갈등이 숨어 있다. 차기 선거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조 계파 간의 정쟁이 회사 상승세를 가로막고 결국 전직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계파간 대안없는 주도권 경쟁
무리한 요구로 교섭 어려워져
회사가 피해 고스란히 떠안아
◇상반기 상승세 파업으로 꺾여 기아차의 올 상반기 내수시장 점유율은 31.1%. 1995년 이후 14년 만에 30%대의 벽을 넘어서며 호조세를 보였다. 이런 상승세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점유율 3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모처럼 잡은 호기가 파업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기아차는 파업 장기화로 8월21일까지 3만5,000여대의 생산 차질과 6,2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생산 차질은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사측에 따르면 최근까지 기아차 구입예약을 한 뒤 출고를 하지 못한 차량은 쏘렌토R 8,000여대, 포르테 7,000여대 등 2만여대가 넘는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시점에서 기아차가 파업으로 내수 점유율이 다시 하락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된다면 노사 모두에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업 장기화는 노노 갈등이 원인 파업으로 회사의 상처가 깊어가던 14일.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는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 핑계를 대며 거짓을 포장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노조에도 좀벌레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며 노조 집행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노조 계파 간의 갈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아차 노조의 현장 계파는 기아차 민주노동자회(기노회), 자주민주통일의 길로 전진하는 노동자회(전노회), 금속노동자의 힘으로 노동 해방을 여는 노동자회(금속의 힘) 등 10여개에 달한다. 이들 계파가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정치판보다 심한 패권다툼을 벌인다. 또 올해 계파 간 갈등이 극심한 것은 노조 집행부 선거가 9월로 다가왔기 때문. 금속노조 기업지부가 지역지부로 전환하는 첫 선거에서 집행부를 장악하기 위한 계파들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측의 한 교섭위원은 "현 집행부가 조금이라도 회사 제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 다른 계파의 지회장과 대의원들이 같은 교섭위원이면서도 일제히 반대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섭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노조의 속사정이 '주간 연속 2교대 및 월급제의 즉각 전환'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고집하는 배경인 셈이다. 19년 동안 단 한해도 쉬지 않고 되풀이돼온 파업. 여기에 그치지 않는 노노 갈등은 일반 조합의 피로감을 더할 뿐 아니라 반감까지 사고 있다. 8월17일 기아차 노조 화성지회의 한 조합원은 실명의 유인물을 통해 "노조 집행부가 통일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무책임한 파업을 남발하고 현장 조직들도 대안 제시 없이 끝장파업 선동만 일삼는다"며 "이런 행위를 바라보는 현장 조합원의 눈길은 결코 곱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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