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합병/파장] '국내업계 지각변동' 예고

HP, 국내판매망 확보 '업계 지각변동' 예고■ 파장

HP의 컴팩 인수에 대해 국내 컴퓨터 업계는 크게 놀라고 있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 간에 컴퓨터 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번 합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번 합병으로 국내 컴퓨터 업계는 일대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계산으로도 양사의 한국 법인인 컴팩코리아와 한국HP의 매출 합계는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 컴퓨터 분야 선두업체인 한국IBM을 단숨에 넘어서는 수치다.

PC 업계는 HP가 컴팩을 인수함에 따라 국내 PC 시장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데스크톱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HP가 컴팩의 국내 영업 기반을 발판으로 PC 시장에 본격적인 판매확대를 노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HP와 컴팩은 90년대 중반 국내 진출을 시도했지만 삼성전자ㆍ삼보컴퓨터 등 국내 대형 토종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참패하고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올들어 데스크톱 PC '파빌리온'을 앞세운 HP는 월 2,000여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일단 시장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특히 같은 시기에 데스크톱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컴팩도 1ㆍ4분기 데스크톱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서는 등 제품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HP와 컴팩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외국산 고가형 제품에 대한 판매기반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HP가 국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캐너ㆍ프린터ㆍ복합기기 등 이미징 사업부문에 PC 사업을 연계해 사업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데스크톱 PC를 비롯한 PC 사업은 한계사업인 만큼 이미징 부문의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컴팩은 국내 업체의 절대우위의 시장환경 속에서 최근 노트북 부문의 시장점유율을 12% 정도까지 올리고 있어 HP가 컴팩과 영업 및 마케팅 연계에 나설 경우 PC 시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서버 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컴팩코리아와 한국HP는 그동안 PC 서버를 비롯해 대형 유닉스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서버시장의 경우 한국IBM,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4강 체제를 구축해왔으며 저장장치 시장에서도 한국EMC, 한국IBM에 이어 중위그룹을 형성하며 혈전을 벌여왔다.

양사의 합병은 이 분야에서 점유율 수직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시장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선두업체인 한국IBM과 유닉스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합법인에 대한 경쟁업체간 또 다른 형태의 합종연횡도 점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통합법인을 누가 이끌지 또 1,000명에 육박하는 양사 직원을 하나로 융합하는 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현욱기자

문병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