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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닮은 세상/정덕영 자동차공업협 상근부회장(로터리)
입력1996-10-31 00:00:00
수정
1996.10.31 00:00:00
정덕영 기자
서울도심을 조금 벗어나 교외로 한번 나가보자.가로변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넓은 들판엔 무르익은 황금믈결을 쉽게 볼 수 있다. 단풍도 이번주면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가을냄새가 우리 가까이에 물씬풍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약하나마 기여를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자동차산업과 인연을 맺은지 벌써 두해째 가을을 맞고 있다.
낙엽이 주는 그 단순한 감상에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고 결실이 주는 풍요로움에 가슴 들뜨게 하는 이 가을, 해마다 맞는 계절이지만 유별나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낙엽과 추수」라는 자연의 법칙이 깨우쳐 주는 교훈으로 이 각박한 세상에 자기를 비울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가을을 닮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평범한 가을의 의미는 수확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가을이 되었기 때문에 수확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을은 이전의 봄과 여름이 없으면 있을 수 없듯이 결실도 이전의 심고 가꾸는 사람의 정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 민족은 잊기를 잘 한다고 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게 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현상일지도 모른다. 새롭게 다가설 내일을 위해서는 마음껏 채울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비록 잊기를 잘하는 것이 바로 낙엽이 말해주는 가을의 의미가 아닐까. 또한 가을은 홀연히 허물을 벗음으로써 우리에게 큰 의미를 전해준다. 우리 인간도 순수한 인간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쉼없이 허물을 벗어야 한다. 그러기에 가을은 욕심과 이기의 허물, 거짓과 아집의 허물, 위선과 탈선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자기 비우기 연습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은 앞날에 남았으리, 우리의 내일은 그것을 위해 있었으리」라는 브라우닝의 시구에서 가을을 닮은 세상을 그려본다. 여기에는 무한한 미래를 위한 빈 공간과 이 공간을 원하는 대로 채우기 위한 땀과 눈물이 필요하다.어린아이가 높은 하늘의 가을을 한폭의 그림으로 그리듯이 우리 모두 가을을 닮은 세상을 그려보자. 그리고 그려진대로 멋지게 한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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