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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주총시즌 맞아 27일 제일은행 시작 본격활동
입력1999-02-28 00:00:00
수정
1999.02.28 00:00:00
「민주 총회꾼」으로 불리는 참여연대가 주총 시즌을 맞이해 다시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달로 예정된 주요 재벌그룹 주력사들의 주총에서 잇따라 파란이 일어날 전망이다.참여연대는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SK텔레콤, LG반도체, ㈜대우 등 5대그룹 주력사를 올해 「주요 공격대상」으로 선정, 그동안 조사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일단 27일 제일은행 주총에서 총공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하성(張夏成) 고려대교수(경영학과)를 비롯한 참여연대 회원들은 지난 27일 제일은행 주총에 참석, 경영진을 몰아 붙였다.
제일은행 주총은 첫 안건으로 오른 지난해 결산과 일부 정관변경 등을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으나 장하성 교수가 세번째 안건인 외부감사인 선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류시열(柳時烈) 행장이 삼일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정하는 안을 제기하자 張교수가 발언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張교수는 『삼일회계법인은 삼성전자의 감사를 맡아 이 회사가 4억달러에 상당하는 삼성자동차의 회사채를 지급보증해준 것을 고의로 누락시켜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는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재정경제부 측도 은행의 경영투명성을 위해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柳행장은 주주들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자면서 표결을 실시했으나 재경부가 은행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마지막 안건인 이사 선임건이 상정되면서 분위기가 격앙되기 시작했다. 소액주주들이 잇달아 『유상소각은 부당하다』며 항의하고 나섰기 때문. 張교수는 『주식소각 문제는 마지막으로 이사회에서 결의해야 할 문제이므로 이사 선임에 앞서 앞으로의 입장을 밝혀달라』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외자유치로 은행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상소각이 불가피하다는 은행의 주장은 「외자가 들어와 은행이 살았으니 소액주주는 죽어달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유상소각으로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면 반드시 소송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익을 위해 주주에게 손해를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선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柳행장은 『개인적으로 나도 소액주주여서 고통을 함께 하는 입장이지만 이미 정부와 뉴브리지가 감자를 단행키로 합의했기 때문에 정부의 명령이 들어오면 이사회가 결의할 수 밖에 없다』고 응수했다. 柳행장은 『명령을 어겼다가는 영업정지를 거쳐 파산절차를 밟는 수 밖에 없으므로 결국에는 주주들에게 더 큰 누를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잇달아 거칠게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한 소액주주는 『제일은행이 지난해 명예퇴직 때 7년을 일한 직원에게 19년 근무에 준하는 퇴직금을 주었는데 이는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 배임』이라고 주장했으며 다른 주주는 『일본에서는 파산한 금융기관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눈물로 사죄를 하던데 제일은행 경영진은 정부에만 책임을 미루면서 회피하기 급급하다』고 따졌다.
결국 張교수가 『이사회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의 결의를 하자』고 제안, 柳행장이 이를 받아들여 박수동의를 요청하면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제일은행 노조가 『노조도 제일은행 부실화에 책임이 있다』는 장하성 교수의 발언에 반발, 주총이 끝난 뒤 해명을 요구하면서 양측간 몸싸움이 벌어지졌다. 참여연대측과 노조 간부들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자 소액주주들이 대거 참여연대에 동조, 「소액주주의 대부」를 호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미 진이 빠진 제일은행 주총도 이렇게 험악했으니 참여연대가 재벌 계열사 주총도 쉽게 넘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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