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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단일민족과 세계시민

추석 때 지인들을 좀 만나고자 어느 지방도시에 갈 일이 있었는데 기업체들의 명절 휴무로 많은 인파 중의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이렇게 외국인들이 많았나’하는 생각과 함께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인 듯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행인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예로부터 같은 핏줄ㆍ동포ㆍ한겨레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백의’ ‘배달’ ‘동이’ 등과 같은 다양한 어휘를 동원하며 동질감을 강조해 왔다.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가치관이나 신념과 접하게 되고 그중 어떤 것에 깊이 매료돼 때로는 자신의 목숨마저 초개처럼 던질 만큼 소중하게 지키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세계 역사를 보면 그것은 종교나 이데올로기, 국가나 영토인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그것은 바로 ‘민족’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단일민족국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게 됐고 나라의 개념보다는 민족의 개념이 앞서 귀화한 외국인보다는 중국 조선족이나 러시아의 고려인들에게 더 큰 애착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대급부로 커다란 배타성이 존재한다. 우리와 생김과 말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과 외국문화를 배척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이다. 많은 외국 여성들이 한국남성의 배우자가 되고 2세들이 탄생해 합법적인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를 담당하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인식과 태도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나아가 기업의 글로벌화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도 민족이라는 용어가 빠지고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한국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해 ‘단일민족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약 30년 동안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에서 생활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그곳에서 살며 얻은 교훈이 있다면 ‘원칙(principle)과 다양성(diversification)의 존중’이다. 어떻게 보면 두 개념이 서로 상반되는 것 같지만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강력한 원칙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다양성을 인정해 가능성을 열어두는 지혜야말로 앞으로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자 세계화를 꿈꾸는 기업들이 기업문화로 키워나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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