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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변해야 경제가 산다] <5·끝> 대기업도 달라져야

사회공헌 늘리고 상생 마인드 키우면 반기업정서 저절로 줄어<br>교육·의료·주택부문까지 사회적 책임 대폭 확대<br>담합 등 그릇된 관행 개선… 지속 가능 경영 추구해야<br>업체별 특성에 맞는 실천 환경 조성도 필요



삼성전자는 최근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안구 움직임을 통해 마우스 커서 등을 조작,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 기술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로써 시판 가격이 1,000만원이 넘었던 안구마우스를 이제는 5만원 이내의 재료비로 제작할 수 있게 돼 가난한 전신마비 장애우도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공헌이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업에 대한 정서는 우호적이지 않다. 기업 발전의 혜택이 국민에게 고루 퍼지지 않고 있다는 한계도 있지만 기업 스스로 사회적 역할을 다하려는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반기업정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공헌의 폭을 확대하고 상생 마인드를 키우는 등 '지속 가능한 경영'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만큼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파급력이 크지 않은데다 빈부격차 확대, 일자리 창출 부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스스로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국민의 반기업 정서가 해소돼 국가 경제의 동력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변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기업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과도한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이 베이커리 사업을 접거나 순대 사업을 철수하는 등 나름의 성의는 보였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특히 강하다"며 "기업 입장에서 돈이 되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점차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 더타임스 경제 에디터는 지난해 11월 경제5단체 주최로 열린 '기업가정신' 주간 국제 콘퍼런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는 정치와 경제, 정부와 기업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며 "과거 정부의 몫이었던 교육ㆍ의료ㆍ주택서비스 등 분야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나고 있어 시대 분위기에 맞는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책임이 공공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얘기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내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무려 1,585개 협력사와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협약에 기반해 해외에서 현지 유력 완성차 업체의 부품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국내 업체의 부품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협력사의 수출 판로 개척을 지원했다. 또 협력사들이 최신 자동차 기술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R&D 모터쇼'를 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해외 수출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현대차그룹의 지원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또한 대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왔던 그릇된 관행에 대해서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잊을 만하면 반복됐던 담합 사건이었지만 이들 대기업이 내놓은 대책은 어느 때보다 강도 높다. 삼성은 담합을 해사행위라고 못 박았고 LG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경쟁사와 접촉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담합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마치 대기업이 부정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보는 여론이 있다"며 "하지만 현업에서 과거와 지금의 업무 방식을 비교해보면 정말 투명해져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특성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오문석 실장은 "경제적ㆍ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사회적 책임 범주가 너무 넓다"며 "예컨대 전략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하는 기업의 경우 국내보다 글로벌 차원에서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만큼 해당 기업의 특성에 맞는 사회적 책임 실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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