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십자각] 혈압 올리는 사회
입력2005-06-08 16:00:08
수정
2005.06.08 16:00:08
정상범 <산업부 차장>
얼마 전 한 경제연구소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여러 질병 가운데 고혈압을 가장 무서워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고혈압은 자칫 잘못하면 뇌졸증이나 심장병 같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말년을 맞는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질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CEO들이 하나같이 혈압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도에서 매일매일 피 말리는 선택을 내리고 시간을 쪼개 현장경영까지 나서다 보면 몸은 이래저래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요즘 한창 잘나가는 CEO 한 분도 기자에게 “가끔씩 사무실에 혼자 있노라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던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혈압이 마냥 오르는 사람은 CEO들뿐만이 아닐 듯하다. 30~40대는 매일 밤늦게 퇴근을 일삼고는 하지만 언제 직장에서 내몰릴지 몰라 가슴을 졸이고 있으며 젊은 층들은 제대로 취직을 못해 왕성한 혈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고1생들조차 지난달 말까지 대입요강을 발표하겠다던 교육인적자원부의 약속이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리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너무 일찍부터 정책당국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하는가 싶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혈압이 오르내리기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일 듯하다.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7%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 ‘임기 중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다짐했던 공약을 철석같이 믿고 따랐던 국민들은 지금 바닥을 기는 경기와 마냥 치솟는 집값 사이에서 그저 속으로 분을 삭이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며칠 전에도 기업인들을 만나 불안감을 거두고 투자에 나서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요즘 만나본 기업인들은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불안해 죽겠다고 아우성을 쳐댄다.
국민들과 기업인의 혈압을 낮추는 데 대단한 처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지 예측 가능한 정책을 내놓고 정부를 신뢰하도록 만들면 된다. 국가의 경쟁력을 삶의 만족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평가한 국민후생지표(GNW)도 하나의 지표로 삼을 만하다.
고혈압을 키워 법정 전염병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부의 새로운 각오와 처방이 나와야 한다.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