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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6부. 백년대계 교육이 열쇠다 <1> 공교육 복원 발등의 불

사회적 약자 계층상승 가능케 교육 패러다임 확 바꿔야<br>사교육 비중 크면 대학서열화·학력대물림 고착화<br>공교육 강화통해 기회평등·능력위주 교육 실현을

경기도 분당의한상가 건물 외벽이 학원 간판들로 가득차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무너진 공교육을 제자리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바꾸는 이른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엄마 아빠 미안해요.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단속)하면 100% 못 잡아냅니다. 교실에도 화장실에도 CCTV가 없어요. (중략) CCTV가 있다 해도 사각지대에서는 아직도 학생들이 맞고 있어요."

지난 3월 경북 경산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고등학생 최모군의 유서내용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학교폭력을 막기 어렵다는 최군의 유언이 교육당국의 다양한 대책을 무색케 했기 때문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폭력은 안 보이는 데서 일어나지 보이는 곳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하게 CCTV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절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 중심의 시스템으로는 대학서열화ㆍ학교폭력ㆍ신교육계급 고착화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는 관련 지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교육경쟁력 순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59개국 가운데 31위에 그쳤다. 2007년 29위였던 교육경쟁력 순위는 2008년 35위, 2009년 36위, 2010년 35위, 2011년 29위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부지표를 보면 더 답답하다. 교육제도 순위만 27위로 중간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학교육(42위)과 과학교육(37위) 등 세부 분야 지표는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에 따르면 15~29세 청소년의 행복감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80개국 가운데 55위에 머물렀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태국이 6위이고 인도가 24위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이처럼 교육경쟁력이 떨어지는 내막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매달리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풍토가 1차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소득양극화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는 학력 대물림을 고착화시킨다.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 조사를 보면 저학력 가장 가구와 고학력 가장 가구 간 사교육비 격차가 지난 10년 동안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졸 이하인 전국 전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교육비는 2012년 2만6,825원으로 10년 전인 2003년의 4만8,008원보다 무려 44.1%가 줄었다. 반면 대졸 이상 가구는 2012년 27만9,022원으로 2003년의 17만1,932원보다 62.3% 늘었다. 2003년 당시 중졸 가구와 대졸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 격차는 3.58배였으나 지난해에는 10.4배까지 간격이 벌어진 것이다. 또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ㆍ4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가계수지를 보면 소득 상위 20% 계층이 지출한 교육비는 평균 40만7,000원으로 소득 하위 20% 평균 교육비(5만7,000원)보다 무려 7배 이상 높았다.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격차다.



물론 역대 정부 모두 교육기회 형평성 확보와 공교육 확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기는 했다. 이명박 정부는 EBS 수능 연계 70% 유지와 다양한 방과후활동 프로그램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애를 쓰기는 했지만 대학진학 등의 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선행학습 금지와 대학입시제도 간소화 등 관련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교육부는 6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세부추진계획, 7월 학교폭력예방대책, 8월 대학입시 간소화 방안, 9월 학생안전지역 지정, 10월 교원 교육전념 환경 조성방안 등이 담긴 로드맵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사교육비 부담과 학교폭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이 현장에 스며들지 못한 것이다. 비록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소폭 줄었지만 전체 사교육비는 지난해 19조원으로 여전히 엄청나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늘었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가정의 지출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고등학교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과 공교육 붕괴에 따른 교실해체 현상은 다치면 나타나는 고름과 같은 증상"이라며 "이 모두 입시 위주의 경쟁체제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어서 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교육당국은 구조적 접근보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 대한 근본적 재정비와 대학서열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구체적 실천사례로 제시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도 "사교육을 추종하는 것은 불안심리 때문인데 불안심리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학교폭력은) 지금 다른 애들을 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자기가 도태되는 환경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경쟁 위주의 사교육 중심 시스템 아래에서는 빈부격차가 학력격차로 이어지고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들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구조적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방식의 접근으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런 조치들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게 될 때 교육약자들의 계층상승을 위한 통로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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